드라마 접은 YG, 스튜디오플렉스 새 주인은 '일감 몰아주기'?


완전 매각 추진했으나 실패…이앤캐스트와 지분 교환 완료
떼지 못한 '아픈 손가락' 평가도

YG는 지난 7월 산하 콘텐츠제작사 스튜디오플렉스의 지분 일부를 이앤캐스트에 넘기고 이앤캐스트 지분 일부를 다시 받는 주식매매계약(SPC)를 체결했다. 사진은 양민석 YG 대표이사.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수익성 악화를 겪는 YG엔터테인먼트(YG)가 올해 본업에 충실하자는 명목하에 여러 사업군을 정리하고 있다. '철인왕후', '조선구마사' 등을 제작한 콘텐츠제작사 스튜디오플렉스도 새 주인을 찾기까지 9개월이나 걸렸으나 대표적인 사업 정리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YG와 스튜디오플렉스의 새 주인이 된 이앤캐스트와의 묘한 관계가 주목을 받는다. 이앤캐스트는 YG의 기타특수관계자로 활발히 거래를 했던 곳이며, 이앤캐스트의 조영봉 대표는 지난해까지 YG에서 3년간 사외이사를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YG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YG는 지난 7월 기존에 보유하던 스튜디오플렉스 지분 99.86% 중 59.5%를 이앤캐스트에 넘기고 이앤캐스트 지분 11.72%를 받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했다.

스튜디오플렉스는 YG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2017년 1월 YG가 사업 다각화 목적으로 7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후 이듬해인 2018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8억7000만원, 순손실은 1633만원이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억2883만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매출은 1원도 기록하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가 매물로 내놓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YG는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스튜디오플렉스 지분 60%를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고, 꾸준히 매각을 추진해 왔다.

스튜디오플렉스의 새 주인이 된 이앤캐스트는 올해 드라마 개소리(왼쪽부터), 종말의 바보, 패밀리 등을 제작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앤캐스트

그러나 YG는 당초 계획했던 것과 달리 스튜디오플렉스의 완전 매각에는 실패한 모양새다. 이앤캐스트와 지분 일부를 교환하는 형태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서다. YG 역시 이앤캐스트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넘겼지만 40.36%의 지분을 남기게 됐다. 여기에 이앤캐스트 지분 11.72%도 새로 획득했다.

결국 스튜디오플렉스의 악화된 수익성이 완전 매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앤캐스트가 스튜디오플렉스의 수익성을 강화해야 YG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됐다. 다만, 이앤캐스트와 YG의 관계, 조영봉 대표가 YG와 밀접한 연이 있다는 점 등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앤캐스트의 조영봉 대표는 NHN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투자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지난해까지 3년간 YG 사외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앤캐스트가 올해 제작한 프로그램은 KBS2 수목드라마 '개소리',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tvN '패밀리' 등이다. '개소리'와 '패밀리'는 종영까지 3~4%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종말의 바보'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시청순위 19위에 그쳐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YG는 그간 스튜디오플렉스 완전 매각을 추진했는데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YG와 연이 깊은 회사에 지분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안은 것에 더해 본업인 음악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영권은 이앤캐스트에 넘어갔지만 계약 구조상 스튜디오플렉스에서 수익성이 나와야 YG도 손해를 보지 않는 꼴이 됐다"며 "스튜디오플렉스를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가 진행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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