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불패' 신화가 더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잇단 대출규제에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타 지역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서울 외곽 지역도 결을 같이하고 있지만, 상승폭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남3구·서울 외곽 지역 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3구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정부가 널뛰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강남권은 사실상 통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 아파트 가격은 8·8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 강화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10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전주 0.09%에서 0.08%로 0.01%포인트(p) 상승폭이 축소됐다. 10월 둘째 주 0.11%→셋째 주 0.09%→넷째 주 0.08% 등으로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급격히 꺾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4개월 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098건(7월), 6411건(8월), 3044건(9월), 2604건(10월)이다. 대출규제 영향과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매수·매도자들이 모두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한국부동산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치구별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례로 서울 서남권인 구로구·동작구·양천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전주 대비 각각 0.03%, 0.05%, 0.05% 올랐다. 동북권인 동대문구·강북구·노원구의 경우 전주보다 0.02%, 0.03%, 0.03% 상승했고, 서북권의 은평구도 0.06%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다른 자치구에 비해 강남3구(강남 0.18%·서초 0.14%·송파 0.09%)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많게는 0.16%포인트(p)까지 차이가 났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강남구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신축 위주로, 송파구는 잠실·가락동 대단지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며 "일부 재건축 단지와 신축단지에서는 신고가가 경신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둔화되고 있지만, 3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강남3구가 상승폭을 뒷받침해주고 있어서다. 이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수도권 아파트 적용
특히 윤석열 정부가 내달부터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강남3구·수도권의 집값 양극화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디딤돌 대출 맞춤형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내달 2일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 수도권 아파트 디딤돌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5500만원 줄어든다고 밝혔다.
디딤돌 대출 규모가 커져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디딤돌 대출 한도를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축소하려고 했다가 실수요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잠정 유예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끝에 이날 한 달 유예 기간을 둔 방안을 발표했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의 집을 마련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 4억원)을 저금리(연 2.65%~3.95%)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은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현재는 디딤돌 대출 가능 금액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한 3억5000만원이다. 그러나 내달 2일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는 3억200만원으로 줄어든다. 디딤돌 대출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들도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큰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디딤돌 대출이 가능한 5억원 이하 아파트 상당수는 서울 외곽 지역 또는 비수도권에 있다. 강남3구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며 "대출 옥죄기 영향은 서민 실수요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