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해당 상황을 지켜보며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투자 전략 수정 여부가 달린 이번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조만간 드러날 미국 대선 판도가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누가 승리하든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대선은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벤트"라며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수출·공급망 환경, 개별 산업, 신산업·에너지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기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리스크가 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으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는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초긴장 상태에서 미래 투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대선 결과에 따라 현상 유지 또는 변동성 확대 등 운명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반도체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폐기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할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비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64억달러(약 8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이러한 혜택과 더불어 현지 공장 건설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관세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기존 지원책이 완전히 폐기되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후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대응책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지원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서 사업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지 투자를 추가 유도하는 차원에서 지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9월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반도체 지원법'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대중 견제' 강도가 낮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기업이 얻을 반사이익이 줄어들고, 중국 반도체 굴기 위협도가 높아진다는 해석이다.
반도체만큼이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업계는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기업 모두 배터리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장 올해 3분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4660억원을 통해 적자를 피했다. 최근 삼성SDI는 3분기 영업이익 1299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도 "내년부터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한다"며 AMPC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MPC는 미국에서 첨단 기술로 배터리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친환경에너지보단 화석연료 생산 증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완전 철폐가 어렵더라도 수혜 축소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온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IRA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법안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우호적인 움직임은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나 예산 제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IRA 유지 및 친환경에너지 투자 확대, 전기차 수요 확대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배터리 외 전방 산업인 전기차, 태양광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모두 현상 유지 또는 플러스 요인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수혜의 폭은 예상할 수 없다. 대선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들과 함께 업계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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