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당했는데 보증 취소…공정위, HUG 약관 시정 권고


"임차인 잘못 없는데 보증금 못 받아 불공정"

신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약관특수거래과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약관을 심사해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히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임차인 잘못이 없는 전세사기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이 시정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개인임대사엄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해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대상 조항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의무 가입해야 하고, 보증계약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 등 보증기관이 임차인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해주는 구조다.

전세 사기에 대비한 보증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실제 사기를 당했음에도 보증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1명의 임대인이 소위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190가구를 매입해 4년간 임차인 150여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90억여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HUG가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의 부당한 보증취소 조항을 근거로 보증을 취소하면서 부당하게 임대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가 있었다.

HUG는 99가구에 대해 보증의무 이행을 거절했고, 보증금 126억원 상당에 대한 보증이 취소됐다.

공정위는 신고된 약관조항에 대해 약관심사자문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HUG에 해당 약관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시정권고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시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임차인은 본인의 잘못 없이 임대인의 잘못만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없어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의 취지에도 반한다.

이는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은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으로도 볼 수 있다.

또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반환받을 기본적인 권리도 제한한다. 따라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HUG에 자진 시정 의사를 확인했으나, HUG가 시정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에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개인임대사업자의 보증뿐만 아니라 HUG의 법인임대사업자, 개인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 상품 약관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음을 확인하고 역시 수정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향후 HUG가 해당 조항을 시정하면, 상품 가입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다만 이미 체결된 계약 관계를 되돌려 무효로 할 수는 없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시정권고 이후 HUG와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 협의를 진행하면서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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