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하반기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오늘(4일)은 거액의 사비를 기부해 도서관을 짓는 '기부자'로서 행보를 보였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4일 오후 2시 40분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공공도서관 부지에서 열린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김 회장이 공식 석상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착공식에는 서울시 관계자와 시민들, 취재진 등을 포함해 100명이 넘은 인파가 몰렸다.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은 오는 2027년까지 북가좌동 일대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9109㎡ 규모로 건축되는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의 첫 삽을 뜬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총사업비만 675억원에 달하며, 김 회장이 도서관 건립비용 중 절반에 달하는 300억원을 기부해 명명됐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서대문구에 지역구를 둔 김동아·김영호 의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등 착공식에 참석한 관계자들도 연이은 축사를 통해 기부자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의 발언 시간은 없었다. 다만, 서울시와 서대문구 관계자들이 보내는 감사 인사나 시민들의 박수 등이 이어질 땐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행사 도중 김병주도서관 설립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인터뷰 등이 포함된 경과영상이 무대 위에 마련된 스크린에서 재생될 땐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이날 아내 박경아씨와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총리 역임 후 서대문구에서 40년을 살다가 집을 팔고 전액을 기부한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딸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도 장인에 이어 서대문구에 기부하면서 의미를 더한 셈이다.
김 회장 개인적으로도 이번 기부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 회장은 미국 사회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중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언어와 문화를 익혔고,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도서관 건립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 회장은 행사 말미 책 모양의 터치스크린에 손바닥을 대는 착공 퍼포먼스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촬영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착공식이 끝난 후 퇴장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딴 도서관이 착공하게 된 소감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김 회장의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 지분 5.34%를 추가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회 측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독립적인 업무 집행 감독 기능을 상실한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판단했다"며 "현 고려아연 지배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