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이 사업장 폐수 유출에 따른 조업정지 처분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경영권 분쟁에 양측 모두 내상을 입은 가운데 영풍은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또한 글로벌 아연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4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영풍이 제기한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영풍은 "생산 중단 일자는 미정"이라며 "피해 최소화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앞서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환경부 점검에서 오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해 이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물환경관리법 위반이라며 경상북도에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120일 처분을 요청했다. 경상북도는 조정을 거쳐 2개월 처분을 했다.
영풍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22년 6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도 지난 6월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석포제련소는 2021년에도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이 적발돼 10일 동안 조업이 정지된 바 있다. 당시 800억원 상당 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조업정지 손실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지 준비 기간과 이후 재가동 기간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석포제련소 조업정지로 글로벌 아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점친다. 석포제련소는 연간 글로벌 아연 생산량 2.4%(약 32만5000톤)를 생산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현재 아연 가격은 톤당 3000달러선이다.
이에 고려아연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난해 기준 아연 생산량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9%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과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각 글로벌 아연 생산 1위, 6위 사업장이다. 가격이 오르면 고려아연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고려아연도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놓인 상태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잃으면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최 회장 측과 지분율 우위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영풍·MBK 연합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영풍은 경영진 부재로 인한 '비상 경영 체제' 속에서 조업정지 처분까지 받아 위기가 가중된 모양새다. 앞서 석포제련소에서는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갱신을 거절한 것도 리스크다. 6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한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거래거절금지 가처분과 불공정거래행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년 6개월 강제조정 결정을 한 상태다. 앞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삼재' 수준으로 위기에 놓인 영풍이 경영권 분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일차적으로는 황산 계약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 자금 조달에서도 수월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승자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와 관련해 KB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도 벌였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과정 부정거래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유상증자 실사와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이 겹친다는 지적에 차입금 처리를 위한 부채조달 실사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검토한 것은 지난달 23일 공개매수 종료 이후라고 강조했다.
영풍·MBK 연합은 "기존 주주에게 손실을 입히고,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유상증자 결정은 최 회장 전횡으로 고려아연 거버넌스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돼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법원은 신속하게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