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승진 기자]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이탈 또한 없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LCK) T1이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2024 롤드컵)'에서 마침내 롤드컵 팀 역사상 두 번째 2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반면 중국(LPL) 대표 빌리빌리 게이밍(BLG)은 이번 도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던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이스포츠가 지난해 이어 올해 롤드컵에서도 다시 한번 정상을 이어간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T1은 3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빌리빌리 게이밍에 3-2 승리를 거뒀다. '페이커' 이상혁,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제우스' 최우제 등 라인업을 구축한 T1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팬이 지켜보는 앞에서 역전드라마를 완성하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T1와 빌리빌리 게이밍의 롤드컵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 간 라이벌전이라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렸다. 지난달 28일 열린 4강전에서 천적 젠지를 맞아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 결승 티켓을 거머쥔 T1은 롤드컵 5전제 승부에서 LPL 팀들을 만날 때마다 승리를 따냈다. 빌리빌리 게이밍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 4강에서 같은 국가 웨이보 게이밍에 일격을 달했지만 1년 만에 복수에 성공했고 소환사의 컵(우승컵)에 도전했다.
T1은 전신인 SK텔레콤 T1 시절 달성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2023년과 2024년 또 한 번 연속 우승을 달성하면서 세계 최고 리그오브레전드 팀임을 알렸다. 이번으로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23년에 이어 다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유례없는 통산 5회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사령탑인 김정균 감독 또한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 4회 우승을 달성했다. 다른 멤버들은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맛봤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엎치락뒤치락 진땀 승부를 이어갔다. T1은 빌리빌리 게이밍과의 결승전에서 홀수 세트를 연이어 내주면서 불리한 상황을 맞았다. 1세트에서 블루 진영에서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킬을 허용하면서 허무하게 패한 T1은 2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사일러스가 상대방 궁극기를 가져온 뒤 적재적소에 쓰면서 균형을 맞췄다. 3세트에서 초반에 5킬을 내주며 반격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T1은 4세트 초반 5분 만에 '제우스' 최우제의 럼블이 연이어 세 번이나 잡히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기 순간 이상혁의 사일러스가 직스를 홀로 잡아내면서 반전의 발판을 만든 T1은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이상혁이 슈퍼 플레이를 연발하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 이상혁은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갈리오를 선택한 그는 28분에 드래곤 지역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빌리빌리 게이밍 선수들 3명을 묶으면서 교전 승리를 이끌었고 31분 최우제의 그라가스를 향해 달려든 빌리빌리 선수들 사이로 영웅 출현을 쓰면서 합류한 뒤 동료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면서 두 번째 에이스를 유도, 우승을 확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페이커' 이상혁은 이번 결승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최초로 통산 500킬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까지 493킬을 기록하고 있던 이상혁은 3세트까지 3킬을 보태는 데 그쳤지만 4세트에서 사일러스로 플레이하면서 6킬을 추가해 500킬 고지를 넘어섰다.
'페이커' 이상혁은 2016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MVP로 선정된 이후 무려 8년 만에 또다시 MVP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월드 챔피언십 역사상 두 번 MVP를 수상한 선수도 이상혁이 처음이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이번 우승은 팬들의 응원 덕분"이라면서 "팬들이 나를 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에서는 그를 가리켜 '대상혁'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소환사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제오페구케'라고 불리는 5명 선수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은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T1의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추면서 3회 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해 2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 3년 연속 결승 진출을 달성한 SK텔레콤 T1은 연도별 다른 구성원으로 기록을 세웠지만 '제오페구케'는 3년 동안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똑같은 스쿼드를 구성하며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