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명가 올스톱?…대출 조이기에 KPI도 변경 


영업점 기업대출 금리 전결권 회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에 내줬던 기업대출 금리 전결권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키로 했다. /우리금융그룹

[더팩트│황원영 기자] 기업대출 명가를 앞세워 공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던 우리은행이 전략을 급선회했다. 올해 연말까지 기업대출을 줄이는 행원에게 KPI(성과평가지표) 가산점을 주는 등 기업대출 축소에 나선 것이다. 은행의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침이라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에 내줬던 기업대출 금리 전결권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키로 했다. 이는 영업점 차원의 개별 우대금리를 중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신규 기업대출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기업대출을 회수하면 KPI 가산점을 준다. 연말까지 예정됐던 기업대출 대출잔액 평가 기간은 10월 31일까지로 단축하고, 올해 말까지 기업대출 잔액을 감축하면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평가에 11~12월 대출 성과가 포함되지 않는 만큼 대출 영업에 나설 동기가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만 한정한 것은 아니나 영업점 금리 전결권을 일시 중단한다"라며 "밸류업 계획에 맞춰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대출 전략 선회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조 행장은 지난달 31일 전체 행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최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자본 비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밸류업 계획에 따른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자산의 리밸런싱과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취급도 줄이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했다. 신용대출 상품 9종의 신규·증액 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제한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타행 대비 하단이 높게 형성돼있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대출 축소 결정은 우리금융지주의 CET1(보통주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주주환원 정책 기준으로 활용된다.

올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CET1은 12%로 KB금융(13.85%)·신한금융(13.13%)·하나금융(13.17%) 등 4대 금융 중 가장 낮다.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등을 위해서라도 CET1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까지 CET1 12.2%, 내년 말까지 12.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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