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다빈 기자] KT가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인력 재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설하는 자회사에 인력이 투입되면 신사업을 비롯해 기술 분야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수 노조가 인력 개편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현장 인력 일부를 내년 신설 예정인 자회사 선로 통신시설 설계와 고객전송 업무를 담당하는 'KT OSP'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 및 유지·보수하는 'KT P&M'으로 전출하거나 특별 희망퇴직을 받는 방식으로 인력 재배치를 진행중이다. 지난 17일 KT는 제1노조인 KT노동조합과 협의를 완료했으며 현재 KT는 현장 인력 5750여명을 대상으로 자회사 전출 희망자를 접수받고 있다.
KT는 "이번 인력 구조 혁신으로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를 재배치하고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업무 수행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KT는 신설 법인 전출 시 기본급 조정에 따른 30% 차액은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일시금으로 지급하며, 이외에도 보조금과 함께 정년 후 3년 간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복지 수준 또한 KT 현재 수준을 유지하며 기존 근무지에서 동일한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KT가 앞서 인력 재배치 계획 초안에서 밝힌 신설 자회사 KT OSP와 KT P&M의 필요 인력 규모는 각각 3400명, 380명이다. KT는 신설 자회사를 기술 전문 회사로 포지셔닝해 외부 진출 및 신사업 추진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KT는 두개의 신설 자회사에 담당 TF(태스크 포스)장도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8일 최시환 대구경북광역본부장(전무)과 박태환 네트워크부문 엑세스망운용담당(상무보)를 각각 KT OSP TF장과 KT P&M TF장으로 겸직 발령했다.
일찌감치 협의를 마친 KT노동조합과 달리 제2노조인 KT새노조는 KT의 인력 재배치가 직원의 권리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행위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KT새노조는 3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KT 광화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전출 희망자가 미달돼자 신청 기한을 돌연 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KT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자회사 전출 희망자에 대한 접수를 받았으나, 다음 달 4일까지 접수 기한이 연장됐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KT 측에서는 지난 10월 28일 이후 연장은 없다고 했는데 돌연 11월 4일까지 신청 기한을 연장했다"며 "전출 신청 인원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기한을 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T의 입장은 다르다. KT 관계자는 "특별희망퇴직과 전적전출 마감 일자가 다른데, 특별희망퇴직을 원하시는 분들 중 전출로 바꾸고 싶어 하는 직원들의 문의가 있어 신청 기한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이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진행되는 만큼 직원들에게 △신설법인 전출 △KT 근무 △희망퇴직 총 3가지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직원들이 심사숙고 끝에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전출을 강요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전출에 대해 직원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해 추가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라며 "약 1만5000명 규모의 1노조가 합의한 인력구조 혁신에 대해 극소수인 20여명의 2노조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대표성도 없으며, 직원 개개인의 합리적인 판단을 흩트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섭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고 받은 바에 따르면 훨씬 많은 인원이 (자회사 전출) 신청을 했으며, 강압적이거나 임의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