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비사업 조합에서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통해 가치를 올리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건설사들은 희소성과 상품성을 이유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재정비촉진구역 (노량진뉴타운) 재개발정비사업조합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8개 구역 가운데 3구역을 제외하고 시공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다. 1구역은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2.·7구역에는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적용된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4구역은 '디에이치'를, 5구역은 대우건설의 '써밋', 8구역은 DL이앤씨의 '아크로'가 들어설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와 GS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6구역에도 드파인 브랜드가 붙는다. 남은 3구역도 조합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오티에르 적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현재 노량진3구역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촉진계획변경이 진행되고 있어 건축설계안 등 상품 수준이 확정되는 인허가 완료 시점에 오티에르 브랜드 사용에 대한 내부 절차가 최종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구역이 오티에르 적용을 확정 짓는다면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서게 된다.
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의 조합도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아파트 가치가 오를 수 있지만 공사비도 뛴다. 이는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공사 선정 당시 일반 브랜드로 적용하기로 했다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바뀌게 되면 설계도 변경해야 한다.
건설사들도 무분별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성남시 상대원2구역 조합은 2021년 시공사인 DL이앤씨와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아크로 적용이 불가하다가 통보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 기준 강화 △설계변경에 따른 착공지연 △공사량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추진하면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공용시설 면적 추가, 커뮤니티 시설·마감재 변경 등이 수반돼 공사비가 상승한다"며 "추가분담금이 올라가고 인가를 받은 상황에서는 브랜드 변경시 사업이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강남권 등 제한된 입지에서 적용되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수도권, 지방 등 전국 곳곳으로 확대되면서 브랜드 희소성이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으면 수주가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애초 건설사들이 하이엔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할 당시 이같은 우려가 있었다"며 "희소성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수익성을 가져가느냐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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