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정기 인사 시즌이 임박했다.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고 있는 대기업들은 예년과 같이 '미래'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방향성이다. 현 체제에 힘을 실어주며 안정을 택할 것인지, 위기 대응력 강화를 위한 강력한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인사 평가에 돌입했고, 늦어도 다가오는 11월에 해당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기업별로 인사 발표가 지난해와 비교해 1~2주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 및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인사 작업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미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회사도 있다.
변화 정도를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전체적인 기류를 보면, 쇄신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대기업들은 비상 경영에 준하는 실행 방침을 세워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내 왔다. 더구나 주요 경영진들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 대거 만료될 예정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 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 임기가 종료되는 사내이사는 총 1145명으로, 이 중 515명(45%)이 현직 대표다. 4대 그룹으로 좁히면 99명에 달하는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는 젊은 인재를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먼저 삼성을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의 교체가 유력하다. 승진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위기론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영역에서 임원 대부분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반도체 수장은 지난 5월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돼 재차 변화가 생기진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지난해와 같이 12월 초 또는 소폭 앞당겨진 11월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경영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리밸런싱 작업에 따라 통합을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미 일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하며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를 교체했고, 조만간 조직 개편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룹 인사 결과는 12월 초 공개된다. 주요 계열사에 임원 수를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져 인사 직전까지 치열한 평가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경영진의 경우 오는 31일 진행되는 'CEO 세미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CEO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정기 인사 작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CEO 세미나'는 하반기 사업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다.
현대차그룹에선 변화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부터 호실적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비교적 분위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연말 인사는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경영진으로는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 등이 있다.
LG그룹은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혁신 인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안정 단계에 들어섰더라도 차세대 리더를 대거 발탁해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인사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1일 시작한 사업 보고회를 마무리한 뒤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11월 말 조직 개편,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정기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앞당겨지는 등 인사 시기 정도만 감지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기업 내부에 형성돼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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