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최근 1400원선을 향해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역성장(-0.2%)이었던 2분기 보다는 플러스 전환됐지만 한은의 3분기 전망치인 0.5%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의 성장률 기여도는 개선됐으나 수출이 7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이같은 성장률 둔화는 한은에 대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박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11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2%포인트 내린 연 3.25%로 결정했다. 2021년 8월부터 지속된 긴축 기조를 완화하고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장 분위기는 '올해 추가 인하는 없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성장률이 발목을 잡으면서 내수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한은의 3분기 GDP 발표 이후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경기 부진 우려와 함께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급등한 환율이 통화정책의 변수로 떠올랐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원·달러 환율은 더 불안해진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초·중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원 내린 1383.0원에 장을 시작해 1384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3.9원 내린 138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90.5원에 출발해 장중 1391.5원까지 치솟았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급격한 원·달러 상승 흐름에 당국의 경계 발언이 이어지며 상승도 제한되지만, 상승도 제한되며 무거운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 주 환율 예상범위로 1375~1405원을 제시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당국이 1400원 위쪽을 용인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11월 한은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이달 중순부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국제금융시장에 선반영되면서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 확대 및 관세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미-중 갈등은 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동시에 뛰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기준금리 결정에서 환율이 새로운 변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 후 동행기자단과 만나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서 환율이 새로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피벗(pivot·방향 전환) 하면 환율이 안정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월 금통위 회의가 끝나고 지난 2주간 미국 대선 향방,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성장세 등으로 미국이 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커지면서 달러가 굉장히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11월 금통위에서) 다시 고려요인으로 들어왔다"며 "수출 증가율 둔화와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 안정에 주는 효과, 미국 대선 이후 달러 추세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1월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집값과 가계대출도 여전한 요인이다.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아직 심각한 수준이므로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은 물가와 금융안정"이라며 "경기가 다소 나빠져도 가계부채 증가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금융 불균형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 시장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나 아직까지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간안에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빅컷 단행 이후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원 달러 환율로 심상치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