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재료가 식탁으로…식품 업계 '푸드 업사이클링' 확산


음식 부산물, 찌꺼기 등 재활용해 상품 제조
ESG 경영 경쟁력 확보, 산업 성장성도 유망

식품 업계가 음식 부산물 등을 재활용해 다시 상품으로 만드는 기술 푸드 업사이클링 분야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오비맥주가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개발한 맥주박 활용 에너지바 리너지바(왼쪽)와 골프티 제품 /오비맥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식품 업계가 미래 산업을 이끌 기술 푸드테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 재활용이라는 뜻의 '푸드 업사이클링'은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야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재료나 음식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재활용해 제품화하는 푸드 업사이클링은 환경 보전뿐만 아니라 사업성 측면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2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푸드 업사이클링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뚜렷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글로벌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530억 달러였고 오는 2032년 약 8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강조되는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환경 보호 요소와 수익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사업 모델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오비맥주는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맥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맥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맥주를 담글 때 나오는 맥주박은 전분과 당이 제거된 보리다. 오비맥주가 매년 배출하는 맥주박은 10만t(톤) 규모에 달한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맥주박으로 만든 밀가루 '리너지가루'를 개발했다. 일반 밀가루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하면서도 칼로리는 30% 이상 낮췄다. 두 회사는 리너지가루를 활용한 에너지바, 친환경 크래커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9월에는 맥주박을 플라스틱과 결합해 골프티 제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맥주 부산물 효모는 화장품 원료로 재탄생했다. 오비맥주는 바이오 벤처기업 라피끄와 손잡고 지난 2021년부터 효모와 맥주박을 쓴 화장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효모는 생물전환기술 원료로 사용됐고 카스 맥주박 샴푸와 핸드크림, 바디 클렌저, 헤어 미스트 등을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워홈이 배추김치를 담글 때 버려지는 배추 겉잎을 활용해 개발한 청잎김치는 세계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4서 제품 혁신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아워홈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사례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아워홈이 개발한 '청잎김치'가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파리에서 열린 국제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서 제품 혁신상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랑프리는 이번 박람회에 출품된 1800여개 제품 중 3개만 선정됐고, 아워홈은 한국서 유일하게 뽑혔다.

아워홈 청잎김치는 통상 배추김치를 담글 때 버리는 부위로 알려진 배추의 가장 겉면 잎으로 만든 김치다.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이 버려지는 청잎을 아까워해 김치 제품으로 개발을 지시했고 최근 개발 완료됐다. '시알 파리' 혁신상 심사위원들은 청잎김치의 자원 선순환, 재료 독창성, 맛 등을 평가해 시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은 임직원들이 나서서 푸드테크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 지난 2022년 CJ제일제당 임직원들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이들은 햇반을 만들고 남은 깨진 조각쌀, 콩 비지 등 부산물로 '익사이클 바삭칩'을 제작해 출시했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국내 유통 채널은 물론 미국, 홍콩 등 해외 시장에도 공급되면서 한국 푸드 업사이클링 경쟁력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일평균 1만7805t 규모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이 글로벌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 기업들이 푸드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더 갖고 관련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푸드 업사이클링은 유엔 등 세계기구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강조하는 식품산업전환의 일환이다. 앞으로 중요성이 더 커질 분야"라며 "국내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소비를 키우기 위한 소비자 인식 개선에도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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