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사우디 제다=김태환 기자] 중동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합산 점유율 기준으로 1위 토요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애프터서비스(AS)와 전기차(EV)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의 장악력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자동차 시장에서 약 240만대가 판매됐으며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79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꾸준한 인구 증가와 여성 운전 합법화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구는 올해 기준 약 3400만명으로 남녀 성비는 6 대 4, 40세 미만 비중은 74%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인구 구조 특성으로 자동차업계는 사우디 시장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브랜드는 한국, 중국, 일본차들이다. 사우디 내에는 루시드 모터스를 제외하고 아직 유의미한 완성차 제조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8월 누적 기준 사우디 점유율 1위는 토요타로 2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15%로 2위, 기아가 8%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합산 점유율로 따져보면 23%로, 토요타와의 격차는 5%에 불과하다.
누적 판매 기준으로는 토요타가 14만4220대로 1위를, 현대차가 7만7816대로 2위, 기아가 3만8758대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대수는 11만6574대로, 토요타와는 2만7000여대 차이가 난다.
차종별로 보면 세단의 경우 토요타는 30%를, 현대차 23%, 기아 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은 32%로 토요타를 추월하게 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는 토요타가 24%, 현대차·기아가 19%(현대차 11%, 기아 8%)로 다소 뒤쳐지는 실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AS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기차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에서 점검, 정비, 수리 등이 가능한 AS 네트워크를 80여개 갖추고 있다. 이는 현지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이와 더불어 사우디 정부는 일방적인 수입 구조를 탈피함과 동시에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위해 전기차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제조 생산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압둘라 알만 NMC(기아 사우디 판매 딜러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최근 루시드와 시어 등 전기차 업체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브'라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 업체를 통해 5000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기아의 계획과도 완벽하게 일치하며, 내년부터 EV3, EV4, EV5, EV6, EV9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사우디에서 판매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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