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목전···한은 총재 "환율 다시 고려요인"


트럼프 트레이드·중동 갈등 등으로 달러화 강세
한국 3분기 GDP 쇼크로 원화 약세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가까운 138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 중동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에 더해 한국의 3분기 GDP 쇼크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의 1400원대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450원대 진입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밀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28일 오후 12시 04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6.90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말만 해도 1200원대 진입이 전망되던 환율은 이달 들어 80원 넘게 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다음 달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은 미 달러화 강세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됐다.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기대, 일반 엔화와 중국 위완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달러화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또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급하게 이를 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아울러 중동과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이 가운데 국내 경기 우려가 원화의 약세를 야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로, 한은 전망(0.5%)에 크게 못 미쳤다.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까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원화)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환율이 어느 속도를 넘어서서 박스권을 벗어나면 조정이 필요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국내 기자단 간담회에서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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