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화생명이 한화저축은행 지분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의 승인 시 장외 취득을 통해 한화저축은행의 100% 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한화저축은행과 다른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영 능력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4분기 계열사 한화글로벌에셋이 보유한 한화저축은행 주식 전량(6160만 주)을 인수할 계획이다. 취득액은 1785억원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한화생명은 한화저축은행의 100% 대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대주주 변경은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당국의 승인 일정에 따라 인수 거래일이 바뀔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다면 한화저축은행은 보험사를 대주주로한 최초 저축은행이 된다.
한화저축은행의 기존 최대주주인 한화글로벌에셋은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한화저축은행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이 아닌 한화솔루션 계열사로 남아 있었다. 지난해부터 한화그룹이 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한화생명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운용사에 이어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추가하며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한화저축은행은 지난 1983년 경기 부천에서 삼화상호신용금고로 시작해 1994년 한보그룹에 매각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일화재로 넘어갔다가 한화그룹에 인수된 건 지난 2008년이다.
한화저축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1조3924억원으로,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27위다. 올 상반기 4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5%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저축은행 인수로 영업망 확장 등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한화저축은행 창구를 방카슈랑스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화저축은행의 대주주가 한화생명으로 바뀌면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과 방위산업,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유통을 맡는 방향으로 승계 구도를 정리하고 있다. 한화저축은행의 거취가 정리되면서 3세 후계구도가 더욱 명확해졌다.
특히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수신 기능을 갖춘 한화저축은행과 다른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수신기능을 보유한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손해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까지 갖춘 사실상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영업망 확장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향후 장기적으로는 메리츠금융지주처럼 보험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지주사 출범을 하게 되면 의사결정이 집중돼 효율적인 자회사 경영관리를 할 수 있으며 비용절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등 다양하게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새 오너 경영 체제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금융계열사 통합 작업으로 종합금융사로 발돋움 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종합금융사 성격에서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지가 키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한 지출로 인한 재무부담은 적으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한 지출로 발생하는 한화생명의 재무 부담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한화생명의 자기자본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가 한화생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한화생명의 경우 한화저축은행 인수로 인해 가용자본 대비 요구자본이 더 크게 증가하며 지급여력 비율이 소폭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은 그룹 내부에서 진행해오던 지배구조 일원화 차원에서 지분 인수를 결정했으며 이번 자본지출이 킥스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기존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외에 수신 기능을 갖춘 저축은행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금융복합기업집단의 대표회사인 한화생명 중심으로 소속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일원화함으로써 자본적정성 및 내부거래의 집중관리를 통해 보다 건전경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축은행 인수로 인한 킥스 비율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