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사 폐업·부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부도·폐업한 건설사가 모두 늘어난 데 반해 신규 등록한 건설사는 크게 줄어서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린 건설사들이 더는 버티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 역시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 부도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으로 볼 때 건설업 자체가 쇠퇴기로 가는 전조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28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가 난 건설사는 총 25곳이다. 전년 동기(12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종합건설사 9곳, 전문건설사 16곳이다. 전년 같은 기간(종합건설사 6곳·전문건설사 6곳) 대비 각각 3곳, 10곳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4곳인 반면, 비수도권이 21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지방 미분양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24년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7550가구로 전월(7만1822가구) 대비 5.9% 줄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6461가구로 이 가운데 83%가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미분양 물량은 비수도권 중심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건설사들의 부도·폐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건설사 폐업도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357건으로 전년 동기(294건) 대비 21.42%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427건에서 1536건으로 7.63% 증가했다. 반면 신규 등록의 경우 종합건설사 기준 346건으로 전년 동월(803건) 대비 56.91% 급감했다. 건설경기 회복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난 영향으로 부도·폐업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사가 문을 닫는다는 소리는 건설업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의 '2024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에만 10만명 줄었다. 지난 201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4만7000명(5월)→6만6000명(6월)→8만1000명(7월)→8만4000명(8월) 등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종합건설 위주로 건설업 일자리가 줄었다"며 "신규공사 위축이라든가 원자재 비용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의 영향으로 건설업황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건설시장 기대심리 '뚝'…건설업황 흔들리나
건설시장 기대심리도 수그러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4년 10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전망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포인트(p) 내린 81.6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수도권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p 오른 107.4를 기록한 데 반해 비수도권은 8.5p 내린 76.0에 그쳤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5~85 미만은 하강 국면으로 해석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회복세가 더딤에 따라 사업자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이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산업 반등 가능한 경기 하락인가? 쇠퇴기로의 진입인가?' 보고서에서 "종합건설업은 등록업체 수보다 폐업 신고가 많아 업체 수 감소가 예상된다"며 "지난 2010년대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악화로 종합건설업의 업체 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경우가 있다"며 "이번 현상도 12년 만에 도래한 극심한 불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설업 생애기주기 쇠퇴기로 진입하는 전조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많다"며 "내년에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도가 나는 건설사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