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하>] 쇼핑몰 사업 놓고 롯데-신세계 신경전, 왜?


롯데백화점 "화성 프로젝트 개발 의문" vs 신세계 "남 걱정할 상황 아냐"
서민정책 논의 가득했던 정무위 국감…민생에 집중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백화점의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및 타임빌라스 수원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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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리=문은혜 기자]

-이번에는 쇼핑몰 사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롯데와 신세계 이야기입니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크게 한 판 붙었다구요?

-네. 롯데백화점이 쇼핑몰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이 행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이날 발표자로 직접 나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이제 막 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경쟁 쇼핑몰인 '스타필드 수원'을 언급했거든요.

-경기 남부권에서 자웅을 겨루는 대표적인 두 쇼핑몰인 만큼 경쟁사를 언급한 것은 자연스러워보이는데요. 무엇이 문제였나요?

-정 대표가 타임빌라스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타필드의 장단점을 지적한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스타필드 수원의 디자인은 너무 단조롭다는 취지로 지적하는가 하면 스타필드 수원의 고객 1인당 구매가(객단가)가 5만원인 반면 타임빌라스 수원은 12만원이라며 직접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일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정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신세계그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을 겨냥한 작심발언도 이어갔습니다. 신세계가 10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땅을 개발할 수 있는 재무적인 역량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자세하게 어떤 내용이었나요?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쇼핑몰 투자계획에 대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매년 만들어내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계산해 그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짜겠다"고 강조하며 "경쟁사는 화성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100만평 정도 되는 규모를 과연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화성국제테마파크는 신세계가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알고있는데요. 신세계 입장에서는 발끈할 만한 이슈로 보이네요.

-네. 이날 간담회 내용이 알려지자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롯데백화점이 이런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신세계의 재무상황을 걱정할 만큼 시장에서 (롯데를) 여유롭게 보진 않는 것 같다"고 받아쳤습니다.

-타임빌라스 수원 리뉴얼 과정에 폐점한 240개 브랜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구요?

-정 대표는 타임빌라스 수원에 입점한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타임빌라스 수원 리뉴얼 과정에서)230개 브랜드가 폐점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필드 수원으로 갔다"며 "참 다행스러운 일이고, 저희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신세계는 이에 대해서도 "롯데에서 폐점한 240개 브랜드 상당수가 스타필드로 가서 다행스러워할 게 아니라 아쉬워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그 240개 브랜드도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자기 사업을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그 자리에서 작심하고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네요.

-그렇죠. 업계에서도 롯데백화점의 이번 행동은 상도의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도 이를 의식했는지 이슈가 불거진지 반나절 만에 신세계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이번 일은 일단락됐습니다. 롯데백화점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양사 경영진이 소통했고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산 표현들에 대해 신세계 경영진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인 만큼 양보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인 것 같네요. 다만 그 과정에서 도를 넘은 상대 깎아내리기는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드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회사의 건전한 경쟁을 기대해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정소양 기자

◆ 민생 정책 가득했던 정무위 국감…'첫' 증인들도 눈길

-마지막으로 금융권 소식 들어볼까요. 국회 국정감사가 25일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무위원회 국감장 열기도 뜨거웠다고요?

-네, 정무위는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종합감사를 열었는데요. 이날 국감은 밤늦도록 정책에 대한 논의들로 채워졌습니다. 가계부채, 새출발기금 등 서민을 위한 정책들이 주로 논의됐습니다.

-그렇군요. 가계대출은 민생과 직결된 만큼 많이 다뤄졌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는 한편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한도 상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딤돌대출 규제 시행 사흘 앞두고 잠정 중단된 점도 지적됐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감원장 등이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기 바빴을 것 같은데요.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대체적으로 의원들의 지적사항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살펴보고 점검하겠다", "개선해 나가겠다" 등의 답을 내놓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의해서는 원론적 입장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컨대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향비율) 규제 확대에 대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자가 받는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병환 위원장은 "실수요자가 받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시행 방법, 시기 등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국감은 MG손보 매각·예금자보호한도·가상자산·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들도 총망라해 다뤄졌다는 평가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주목받은 인물들이 있죠.

-네 맞습니다. 바로 지난 10일 국감장에 나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24일 등장한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입니다.

임종룡 회장은 주요 금융그룹 회장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첫 사례가 됐습니다. 앞서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지난해 윤종규 당시 KB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모두 불출석한 바 있는데요. 임 회장은 직접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바로잡겠다며 사과했습니다.

-사퇴설과 관련한 이야기도 화제였죠.

-네, 이날 임 회장은 사퇴 등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끝내 에둘러 답변했습니다. 임 회장은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다만, 지금은 조직안정과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이 (중요하다)", "제가 잘못해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등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애플코리아 대표도 국감장을 찾았다고요.

-네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도 지난 24일 종합감사에 모습을 보였는데요. 알덴우드 대표가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애플의 한국 시장 홀대 의혹,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및 애플의 연루 의혹 등을 두고 거세게 비판했는데요. 이에 대해 알덴우드 대표는 알리페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도 우리 정부로부터 부과받은 205억원의 과징금에 대해서는 "법령상 납부 의무가 있게 되는 과징금은 모두 납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정무위 국감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들도 다뤄졌지만 소모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는 그만큼 민생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들도 그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도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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