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자동차 '덕후(매니아)'들이 꿈꿔온 상상이 현실이 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5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실물을 제작해 발표하는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열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R&D본부·AVP본부 주관으로 창의적인 연구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열정을 장려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행사다. 특히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남양연구소 내 횡단보도에서 개최되면서 '혁신의 건널목'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번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차 덕후들'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상상 속에 갖고 있던 참신한 모빌리티 아이디어들을 공모했다. 현대차·기아는 사전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6개 팀에게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 등을 지원했고, 각 팀은 약 7개월의 기간 동안 퇴근 이후 시간과 휴일을 쪼개 각자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했다.
이날 본선에서는 △에어포켓으로 트렁크 내부 물체를 보호하는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Smart Luggage System)' △운전자 시선 이동에 따라 사이드미러 위치를 조정하는 'ADSM(Active Digital Side Mirror)' △에너지 하베스터(Harvester)를 활용한 보조 전력원 '무환(無患)동력' △통신을 통해 짐칸의 전자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상용차 보디빌더(Bodybuilder) 모듈' △경제운전 상황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는 '트리이비(TREEV)' △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한 가습 시스템 'H-브리즈' 등 6개 팀이 진출해 경쟁을 펼쳤다.
포스트잇팀이 선보인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은 버튼을 누르면 트렁크에 탑재된 에어포켓이 작동해 적재물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에어탱크를 차량 내부에 탑재해 공기압을 주입하며, 에어포켓이 너무 부풀어 물건을 파손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공기압 조절장치도 장착된다. 특히 트렁크 내 적재물이 고정되는 효과와 함께 소음도 약 11데시벨(db) 감소하고, 보온·보냉 효과도 추가할 수 있다.
EAI팀이 선보인 ADSM(Active Digital Side Mirror)은 기존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화각 문제와 함께 기존 거울을 활용한 사이드미러와 다른 사용감으로 인해 이질감이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ADSM은 차량 내 얼굴인식 카메라에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적용, 운전자가 어떤 방향을 보는지를 추적하고 각도에 따라 거울에 반사돼 비치는 화면을 그대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실제 거울을 보는 듯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고 EAI팀은 설명했다.
넥스트팀은 배터리 방전을 예방할 수 있는 '무환동력' 시스템을 소개했다. 일상 속 진동이나 풍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수집하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차량용 '에너지 하베스터' 장치는 차량 주행 중에만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었지만 넥스트팀은 주차 중에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하베스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정차 중 차량이나 외부 지면에 설치하고, 발생하는 진동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수확한다. 날개가 달린 '블레이드형'과 기둥을 세우는 '기둥형' 두 모델이 있으며 블레이드형은 날개 회전에 의한 에너지 수확, 기둥형은 기둥이 움직일 때 나타나는 진동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수확된 에너지는 조명을 켜거나 무선 센서 구동,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 등에 활용된다. 하베스터는 3~5분 구동하면 무선 센서를 켤 수 있고, 바람이 많은 외부에 설치하면 와트(W)급 이상 출력을 낼 수 있다고 넥스트팀은 설명했다.
서비스주세요팀은 '서비스 지향 다목적 소형상용차 보디빌더 모듈'을 소개했다. 상용차의 경우 베이스 차량을 기반으로 소방차, 사다리차 등 다양한 보디 모듈을 탑재하는데, 보디 모듈에 대한 제어권을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주세요팀은 기본 베이스 차량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고, 하나의 플랫폼에 다양한 보디 모듈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용도에 맞게 각각 게이트웨이(gateway)를 구축하고 제각각 캔DB(CanDB)를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보디빌더 모듈'을 설치해 제어할 수 있다.
아보카도팀은 전기차 주행에 대한 환경 기여도 데이터를 수집해 시각화해 보여주고 혜택을 제공하는 '트리이비' 서비스를 소개했다.
트리이비는 차량 내 제어기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환경 기여도를 판단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회생제동 누적 거리 10km 달성 시 아이템을 제공하고, 이 아이템을 활용해 나무를 키우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운영된다. 일정 주행 퀘스트를 완료하면 OTT 서비스 체험권, 실물 사과 배송과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모이수차팀은 수소차에서 발생하는 물을 활용한 차량 습도 조절 시스템 'H브리즈'를 공개했다. 대다수 운전자들이 겨울철 히터 사용 시 건조함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수소차 히터코어 후방에 기화식 가습기 모듈을 설치하고, 블로워 바람을 이용해 만들어진 습한 공기를 차량 내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H브리즈는 기화된 수증기 입자 크기가 세균보다 작아, 세균이 호흡기로 들어올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며, 에어컨의 애프터 블로우 기능을 활용해 가습 필터를 건조시켜 세균 번식도 억제할 수 있다.
각 팀 시연 후 R&D본부장 양희원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실현 가능성, 독창성, 기술 적합성, 고객 지향성을 평가하고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대상은 디지털미러 ADSM을 제안한 EAI팀이 선정돼 상금 1000만원과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인 'CES 2025' 견학 기회가 주어졌다.
최우수상은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을 선보인 '포스트잇팀'과 수소차 가습 시스템 H브리즈를 선보인 '모이수차팀'에게 돌아갔으며, 이들 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아시아 지역 해외기술 탐방 기회가 시상됐다. 우수상은 '아보카도', '넥스트', '서비스주세요' 팀이 선정됐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자동차에 대한 임직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행사"라며 "임직원들이 가진 참신한 아이디어가 현대차·기아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확신하며 향후 더 많은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이러한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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