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은행권 예금금리는 인하하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꿈쩍하지 않으며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가계부채 안정화가 될 때까지는 대출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1년 만기 기본 이율을 연 2.2%에서 2.0%로 0.2%포인트 낮췄다.
같은 날 농협은행도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적립식 예금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내렸다.
곧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금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예금금리에 반영 중이다.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1년물' 금리는 24일 기준 연 3.196%로 지난 6월 24일(3.515%) 보다 0.319%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3.25%로 결정한 바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더욱 강화하면서다.
대출금리는 통상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최종적으로 우대금리를 뺀 방식으로 결정된다. 지표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이 반영되는데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은행들이 가계부채가 안정화를 이유로 가산금리까지 올리며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우대금리를 1.00~1.90%포인트 낮췄다. 우대금리를 줄이면서 대출금리를 높이는 효과를 낸 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도 24일 기준 3.71~6.11%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3.64~6.15%와 비교해 금리 하단이 0.0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5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7월보다 0.136%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건 4월(0.05% 포인트) 이후 4개월 만이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수익은 커진다.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속도 조절 주문을 반영함에 따라 대출금리를 쉽사리 내릴 수 없단 설명이다. 앞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들이 수신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채권과 예금 금리 간 이자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예금금리가 빠르게 인하됐지만, 이번에는 천천히 내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안정화 단계까지 내려와야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낮출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영향으로 바로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이미 수신금리 조정이 들어간 은행들도 있고 다른 은행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금리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화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이라며 "대출금리 인하는 집값 폭등과 대출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