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덕에 삼성전자 추월 유력…3Q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3분기 매출 17.5조·영업익 7조…슈퍼 호황기 넘어선 최대치
"HBM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 내년에도 지속될 것"

SK하이닉스는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 등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를 제치고 업계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는 인공지능(AI)향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한 영향인데, 이러한 'HBM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순이익은 5조7534억원(순이익률 33%)으로 나타났다.

이번 3분기 실적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기존 기록인 16조4233억원(올해 2분기) 대비 매출이 1조원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2018년 3분기 당시 영업이익은 6조4724억원, 순이익은 4조6922억원이었다.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교하더라도 영업이익(6조7628억원)이 약 3000억원 늘었다. 다만 매출 전망치(18조370억원)에는 소폭 밑돌았다.

메모리 업황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역대급 실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만큼 HBM 등 고성능 제품에 대한 확실한 주도권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최신 HBM 제품인 8단·12단 HBM3E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HBM은 AI 반도체 핵심 부품이자, 일반 D램보다 가격이 비싼 고부가 메모리다.

더구나 삼성전자 DS 영업이익을 크게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인데, 그중 DS 부문 영업이익은 4조~4조4000억원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별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다. 이에 맞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D램 및 낸드 모두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 대비 10% 중반대로 올라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을 4분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시장은 이러한 'HBM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당초 AI 거품론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AI·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고해 추후에도 걱정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SK 경영진도 'HBM의 힘'이 지속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SK하이닉스를 방문해 "해외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6세대 HBM을 조기 상용화해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전날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내년에는 아무래도 AI 때문에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 후 공식적으로 재차 HBM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HBM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뚜렷한 지금의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생성형 AI가 멀티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회사는 AI 서버용 메모리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뎠던 PC와 모바일용 제품 시장도 각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AI 메모리가 출시되면서 내년부터는 수급 밸런스가 맞춰지며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에 치중하는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일단 HBM3E 12단 제품의 공급을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을 4분기에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에서도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경영 실적 달성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 AI 메모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