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 한샘, 업계 1위 뺏기고 '배당왕' 유력…IMM 탓?


에프엔가이드 기준 올해 예상 배당 수익률 10% 육박
상반기 영업익 흑자전환에도 매출은 현대리바트에 밀려

2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가구업체 한샘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꼽힌 금융·통신주들을 제치고 올해 배당수익률 예상 상장사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한림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가구업체 한샘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가구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올해 상반기 현대리바트에 내주더니, 올해 배당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상장사 1위에 유력한 후보에 꼽혀서다. 최근 본사 사옥 매각으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등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고배당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이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배불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배당액 기준 배당수익률 예상 1위(17일 종가 기준)는 한샘이다. 5만원대 초반에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한샘의 올해 주당배당금(DPS) 추정치는 4856원으로 배당수익률 9.48%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우리금융지주(7.27%), 기업은행(7.26%), 삼성증권(7.21%), 스카이라이프(7.11%), 지역난방공사(7.06%), BNK금융지주(7,00%) 등이 7% 이상 높은 배당수익률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한샘은 지난해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인식돼 왔다. 2022년 주당 800원에 불과했던 배당금을 2023년 무려 4500원까지 늘려서다. 배당수익률 역시 1년 만에 1.8%에서 8.69%까지 확대했다. 올해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약 400억원 규모의 분기배당을 진행한 한샘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 배당금을 받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어할 수 있기 떄문에 한샘 주주들은 고배당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한샘의 업계 내 위상과 수익성, 미래와 지배구조 등을 우려하는 일부 주주들은 회사의 고배당 정책을 달갑게 보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샘이 배당을 크게 확대한 시기는 연간 적자가 이어지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한샘의 지난 2년간 당기순손실은 2022년 713억원, 2023년 622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업황이 다소 회복되면서 상반기 다시 흑자 전환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상반기 한샘이 제친 현대리바트의 맹공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샘이 약 7년간 자기 건물로 사용하던 서울 상암동 본사 사옥을 3200억원에 그래비티자산운용에 팔고 200억원의 '전세살이'에 들어간 것도 우려를 더한다. 재원을 급하게 확보해야 하는 판단이 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샘의 고배당 기조에 다소 우려하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더팩트 DB

◆ 한샘의 고배당 정책, 결국 최대주주 배만 불리는 꼴?

이에 일각에서는 한샘의 고배당 정책은 '최대주주 배불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샘의 최대주주는 하임유한회사로 약 18.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주주 역시 15.19%를 보유한 하임2호유한회사다. 두 주주의 지분 합계는 34.14%로 지배력도 막강하다.

문제는 하임유한회사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로부터 조성된 블라인드 펀드 '아이엠엠로즈골드4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점이다.

결국 한샘이 배당하는 금액 중 34%가량은 IMM PE에 흘러가는 구조이며, IMM PE가 고배당 정책을 통해 겉으로는 주주친화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난 2021년 한샘에 투자했던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IMM PE 역시 한샘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김유진 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한샘 최고경영인(CEO)으로 파견 선임해 직접 관리 체제에 돌입했고, 수익성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결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배당 강화 역시 주주친화 정책임은 분명하다.

반면 2022년과 2023년 적자를 내고 올해 업계 1위 자리를 내준 것 역시 IMM PE가 인수한 후에 일어난 일로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상반기도 흑자를 내긴 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으며, 7년간 움직이지 않던 자산까지 매각했다.

IMM PE가 인수할 당시보다 저조한 한샘의 주가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IMM PE가 2021년 한샘을 인수할 때 써냈던 가격은 주당 22만1000원이다. 2024년 10월 22일 한샘 종가는 5만1800원이다. 손실률은 75%,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가량이 낮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적자에도 과감히 배당을 확대한 한샘은 올해도 10%에 육박한 배당수익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상반기 흑자를 낸 것도 명분이 선다"면서도 "최근 사옥 매각 이후 시장에서는 다시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일시적으로 마련한 현금 유동성을 통해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나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될 여지가 높아서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최대주주인 기업들은 인수금융 기한에 맞는 이자를 충당해야 하므로 한 번 올린 배당성향을 쉽게 내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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