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재추진…합병비율 상향


두산에너빌리티 "양사 성장 가속화, 주주 추가 이익 기대"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시너지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

박상현(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오른쪽은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재편안을 재추진한다. 합병비율은 1대 0.043이다.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보다 상향됐다.

두산 3사(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최고경영진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사업 재편과 관련해 변경된 분할합병 비율을 공개하고, 사업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두산 3사의 대표는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갈 수 있게 합병비율을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변경된 비율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보유하게 되는 주식가치가 7월 11일(이사회)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다.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두산밥캣을 자산으로 보유)-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결과다.

박상현 사장은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 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원전의 경우, 체코 2기(후속 2기 가능성), UAE 2~4기, 폴란드 또는 사우디 2기,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2기 등 총 10기의 수주 가능성을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분야에선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수립하고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박상현 사장은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의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과의 시너지를 통해 120조원 규모의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농업, 건설 분야의 전문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30년 기준 약 1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아직 이 분야의 압도적인 리더는 없다"면서 "글로벌 협동로봇 4위이자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건설·농업·물류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인 두산밥캣이 시너지를 내면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현재 두산로보틱스 매출 70%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솔루션' 등 즉시 실현가능한 시너지를 포함해 향후 지속적인 기술협력과 영업망 확대 등으로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산

두산밥캣도 두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핵심 사업인 소형 건설장비에서 농기계, 지게차 등 인접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 5년 간 가파른 성장을 이뤘지만 제품 다각화만으로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무인화·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 및 제품에 대한 개발과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야는 산업용 자율작업 장비 시장으로 건설 장비, 농업용 장비, 물류 장비 등 산업용 장비 중 자율작업 장비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0조원(233억달러) 규모다.

스캇박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자동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이 시장은 향후 연간 12.8% 성장해 2031년에는 80조 원(612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정밀 제어, 비전 인식, AI 등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하는데 두산밥캣의 주요 경쟁사들은 이미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자동화, 무인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마블 로보틱스를 인수했고,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는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를 인수하면서 자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가속화를 준비하고 있다.

스캇박 부회장은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비율 변경 등을 포함한 안건을 의결하고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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