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고려아연, 가처분 기각에 "본질 변함 없어" vs "시장 교란 입증"


MBK "기각 아쉬움…주총서 입장 밝힐 것"
고려아연 "공개매수 계획대로…완료 후 의결권 최대한 확보할 것"

21일 법원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부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 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꼽혔던 MBK파트너스(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양측이 나란히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MBK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금일 법원의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MBK의 입장문에는 이날 법원이 MBK·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이 계획대로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한 반응과 향후 계획 등이 담겼다.

MBK는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고려아연이 막대한 차입금으로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나서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MBK는 "본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거버넌스 부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짧은 가처분 심리과정에서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이 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 비록 절차 상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23일까지 진행되나,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향후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가 훼손되고 이로 인해 남은 주주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MBK·영풍은 지난 14일 고려아연보다 먼저 공개매수를 마치고 고려아연보다 6만원 낮은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했다. 모두 의결권 있는 지분으로 향후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날 가처분 기각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주시하고 주총을 통해 경영권 확보의 정당성 등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MBK는 "MBK와 영풍은 확실한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남은 주주들과 협력해서 고려아연의 무너진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결과를 지켜본 후,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경영진은 21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에 따라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최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고려아연 "의결권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M&A 막을 것"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진행 중인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마감일까지 이행할 수 있게 된 고려아연도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후 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MBK·영풍에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가처분 기각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는 사실을 반증한다"며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보다 6만원이 많은 확정이익에도 불구하고 5%가 넘는 주주들에게 인위적으로 재산상 손실을 끼쳤다는 점에서 시세조종 및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조사와 법적 처벌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국정감사를 키워드로 꺼내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뉘앙스의 해설도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의 거짓말 시리즈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MBK가 인수했던 많은 기업들과 관련해 온갖 논란과 약속 미이행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영풍 역시 10년간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왔지만, 중대재해와 환경오염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MBK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것처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수백억 원 추징을 당하고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에는 가입하지 않는 등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기업과 적자 제련기업 영풍이 결탁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을 막아내는 게 고려아연 전체를 위한 거라는 게 이번 가처분 기각의 의미라고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고려아연은 진행 중인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완료한 후 의결권을 강화해 MBK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회사를 지켜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의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 남은 주주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의 노력도 지속하겠다. 상대의 공개매수 강행으로 심적 어려움을 겪었던 직원들을 다독여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진행 과정은 물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도덕' 기업들로부터 고려아연을 지켜내는 것이 많은 분들의 응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MBK와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MBK와 영풍이 제기한 이들의 배임 혐의 등을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이 시가보다 높게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매수 가격을 정했더라도 매수한 자기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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