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 기자] 삼성SDI가 현대차와 손 잡고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SDI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포드, 메르세데스-벤츠와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를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예상하는 가운데, 삼성SDI는 현대차가 오는 2026년에 출시할 GV90에 배터리를 공급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현대차 GV90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방침이다. GV90은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형 전기 SUV로 내년에 완공되는 울산 EV 전용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다. 생산된 차량은 오는 2026년 2월에 국내 출시되고 두 달 후인 4월부터는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GV90에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의 예상과 달리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사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 안전성 강화를 위해 GV90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각형으로 정하면서 각형 배터리 양산에 주력한 삼성SDI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얇고 유연한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외장재에 배터리 소재를 담은 파우치형 배터리는 외부 충격과 열관리에 약한 단점이 있다. 여러 형태로 설계가 가능해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한 초기 전기차에 주로 탑재됐다.
각형은 사각형으로 된 알루미늄 케이스 안에 양극과 음극이 모두 구현돼 파우치에 비해 외부 충격에 강한 것이 강점이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91% 이상으로 늘려 기존 P5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 높인 P6 각형 배터리의 양산을 올해 시작했다. 10분 만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하고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삼성SDI는 P6 배터리를 헝가리 공장을 통해 납품할 방침이며, GV90을 비롯한 여러 차종에 계속 공급하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미국의 완성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지은 점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공급 확대를 위한 행보다. 양사는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35억달러를 투자해 초기 연산 27GWh 규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84만평 규모로 건설되는 해당 공장의 연산 규모는 향후 36GWh로 커진다. 여기서 생산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는 추후 출시되는 GM 전기차에 탑재된다. 삼성SDI는 북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편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 울산 EV 전용 공간의 생산량에 맞춰 삼성SDI도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및 제품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유럽 내 SUV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 54%를 SUV가 차지했다. 지난해 대비 6% 확대돼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