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털고 흑자 전환한 저축은행…금리 인하에 '암흑기' 탈출할까


저축은행 순이익 200억 넘어…3분기 흑자전환
부동산PF리스크 여전…건전성 개선엔 시차 있을 듯

저축은행 업계가 3분기 약 200억원 규모의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저축은행중앙회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로 그동안 쌓아놓았던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환입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덜게 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업권에선 부동산 PF 등의 문제로 4분기 수익성 개선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79개 저축은행이 약 200억원 규모의 순익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5559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3804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3분기 역시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깜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저축은행의 실적 성장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 효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지난 9월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을 처분했다. 저축은행들이 정리한 사업장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평균 낙찰가격이 대출원금 대비 약 90% 전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대출원금의 약 20~30%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사업장이 대출원금 수준에서 낙찰되면서 미리 적립했던 충당금 중 상당액이 수익으로 환입됐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을 경공매나 자율매각 등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금융당국에 향후 정리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의 경우 부동산 사업장 재평가가 이뤄짐에 따라 저축은행 업권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 부담이 갑작스레 커졌다"며 "반면 올해 3분기의 경우 부동산 경공매라던지 대출채권 상매각이 이뤄지면서 충당금 환입이 이뤄진 점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충당금을 미리 쌓아둬서 이번 분기에 충당금 적립 규모가 축소했고 안정적인 조달금리 운영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덜게 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1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3.25%로 조정했다. 2021년 8월부터 지속된 긴축 기조를 완화하고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는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PF의 위기를 덜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고금리 부담이 줄고 시중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에 속도가 붙어 PF 구조조정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축소해온 대출영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00조9568억원으로 전월(99조9128억원) 대비 1조440억원(1.04%)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의 증가세다.

부실채권의 상매각 등 노력으로 연체율도 낮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연체율은 8.36%로 전분기 대비 0.44%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4분기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팩트 DB

다만,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4분기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공매를 진행할수록 매각가격은 자동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남은 사업장을 처분할 때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비주거시설 등 비교적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헐값에 팔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리 인하 시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나 지표 반영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8일 내놓은 '금리인하기 진입, 금융업권별 영향 점검'에서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건정성이 저하되고 금리 하락시에는 건전성이 개선되는데, 금리 변동과 건전성 지표의 변동 간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금리의 변동이 건전성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약 1년에서 1년 6개월이 소요되며, 2024년 4분기 시작되는 금리인하로 인해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는 시점은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가 살아나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저축은행 업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부동산 PF 등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4분기까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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