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CEO 김준구 수백억 받았는데…임단협 지지부진 노조 불만


네이버웹툰 지난 6월 나스닥 상장 후 공모가 대비 40% 주가 폭락

네이버웹툰 김준구 CEO는 나스닥 상장 이후 현금 보너스로 416억원을 받았다. /네이버웹툰

[더팩트|오승혁 기자] 네이버웹툰 노사 간 연봉협상이 6개월 넘게 지연돼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웹툰 직원들은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 이후 '스톡옵션' 등의 성과 보상을 기대했지만, 주가가 폭락하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상장과 함께 막대한 보상으로 주머니를 두둑이 채우면서도 직원들의 임금협상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17일(현지시간)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주가는 11.29달러다. 지난 16일 11.18달러의 종가를 기록한 뒤, 장이 열리기 전 0.11달러 소폭 상승했다. 공모가가 21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40%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이용자의 급증을 예측했던 것과 달리, 국내와 일본을 제외한 시장에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더디고 정체기를 겪고 있는 점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상장 직후 기대감에 힘 입어 주가가 25달러를 돌파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상승세로 끝났다. 이후 주가는 11달러대에 마무르고 있다. 네이버웹툰 직원 상당수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이 20달러 이상이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CEO는 기업공개(IPO) 다음 달인 지난 7월 현금 보너스로 416억원을 받았다. 김 대표가 작년 보수로 상여 126억원을 합쳐 약 134억원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에 550억원을 벌었다.

네이버웹툰 노조는 지난 4월부터 사측과 임금 단체협상을 시도해 이달 초까지 9차례에 걸친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네이버웹툰 노조는 지난 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네이버웹툰 노사는 오는 21일까지 조정을 진행한다. 네이버웹툰 노사는 상장에 따른 추가 보상 문제와 전환 배치 시 노사 합의, 노조 전임자 처우 및 활동 시간 보상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김 대표의 보수를 언급하며 경영진에게만 보상이 집중됐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사측에 IPO에 따른 추가 보상 재원 규모와 기준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주식 상장에 따른 추가 보상안을 노조와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인수·합병 및 분사를 거듭하며 규모를 키운 네이버웹툰에서 구성원들이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을 피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전환 배치 노사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 네이버 현직자는 "'주가가 낮아 팔지도 못하는' 임직원들의 현재 상황과 상장 성공의 공을 인정받아 '40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김 대표의 '극단적인 격차'가 노사 갈등을 야기한 듯하다"며 "'웹툰'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던 과거부터 네이버웹툰의 현재가 있기까지 20년 넘게 헌신한 김 대표의 공은 인정하지만, 일반 임직원들에게 박탈감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 외에도 일과 직장에 헌신하는 사회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며 "평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에 오르고 막대한 보상을 받으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스스로 계속 갱신하고 있는 김 대표가 임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빠른 연봉협상 종결과 기업의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서 제출에 따라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노사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합의안 도출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가는 중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의 모기업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을 기념해 열린 오프닝벨 행사에는 김준구 웹툰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경영진이 환호하고 있다. /나스닥 홈페이지

한 노동 전문가는 "네이버웹툰 노조가 임금단체교섭에서 난항을 겪자 파업을 각오하고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위해서는 조정이 꼭 앞서 이뤄져야 한다"며 "네이버웹툰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능한 노사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추가 보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믹콘(NYCC)에서 부스를 운영한다. 지난 2014년 미국에 진출해 K-웹툰을 현지에 10년째 알리고 있는 네이버웹툰에게 해당 행사는 지식재산권(IP) 확장과 우수 작가 발굴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사상 최대 규모로 참가해 현지 작가와 팬들 소통의 장을 확대하며 네이버웹툰 서비스를 알린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외국어로 된 단행본이 출간되는 등 한국 웹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일을 기회 삼아 네이버웹툰이 '슈퍼 IP'를 만들고자 한다고 본다. 특히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이 최근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어 등 총 4개 언어의 번역 출판 계약을 맺었다. 이런 국내 웹툰의 해외 진출 사례를 늘려 일본의 '원피스' '드래곤볼' '포켓몬스터'와 같은 글로벌 슈퍼 IP를 만들고 꾸준한 수익 창출을 노릴 방침이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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