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나 홀로 호황' SPA…"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유행 따라가면서도 가격 저렴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서 관련 브랜드 두루 인기

소비 침체 속에서도 가성비를 갖춘 SPA 브랜드 매출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위치한 토종 SPA 브랜드 탑텐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들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들을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워 '가성비' 따지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입점해 판로도 넓히는 상황이다. 내수 둔화로 패션업계 전반이 불황인 상황에서 SPA 브랜드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류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원화한 SPA 브랜드들이 최근 눈에 띄게 매출이 늘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전통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이고 젊은 고객이 많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SPA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부산 센텀시티점의 지난 9월 SPA·스트리트패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을 정기세일 기간(9월 27일 ~10월 13일) SPA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니클로, 탑텐 등 SPA 브랜드들이 웹툰, 이모티콘 등 다양한 인기 콘텐츠와 협업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10·20세대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라고 말했다.

10·20 고객층이 탄탄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도 SPA 브랜드의 매출 신장이 눈에 띈다. 지그재그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SPA 브랜드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그재그에는 현재 스파오, 지오다노, 미쏘, 에잇세컨즈 등 10여 개 국내 SPA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과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들이 주목받는 분위기"라며 "다양한 SPA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지그재그를 통해 SPA 제품들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SPA 브랜드들이 최근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은 SPA 브랜드 매장들이 있는 서울 명동 거리 모습. /더팩트 DB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SPA 인기가 높아지자 관련 브랜드의 올해 실적도 파란불이 켜졌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토종 SPA 브랜드 '탑텐'은 지난해 매출 9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1조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650개 매장을 운영 중인 탑텐은 내수 둔화 분위기 속에서도 매장을 늘리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73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에 약 100여 개 매장이 있는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연말까지 최대 150개로 매장을 늘려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매출은 4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물산 '에잇세컨즈'도 올해 들어 8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상승세를 탄 SPA 브랜드들은 최근 온라인까지 판로를 확장 중이다. 자사몰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던 신성통상 '탑텐'과 '폴햄'은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입점했다. 탑텐의 경우 발열내의 등 인기 있는 베이직 상품들을 단독 할인가로 선보이며 젋은층을 공략 중이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가성비 트렌드로 인해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기본에 충실한 SPA 아이템들이 잘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는 이미 저렴한 가격에서 한 단계 더 낮춘 가격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는 일부 제품 가격을 15년 전 수준으로 인하해 '착한가격 라인업'으로 판매 중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1만9900원짜리 베이직 플리스 집업과 와이드 플리스 팬츠, 라이트 패딩조끼 등이 있다. 웜 긴팔티와 웜 테크 상품은 9900원으로 출시됐다. 스파오 관계자는 "웜 테크는 15년 전 가격인 1만2900원보다 가격을 인하했고 베이직 플리스 집업도 2009년 출시가격인 3만9900원보다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고물가 속에서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SPA 브랜드들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SPA 상품들은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까지 갖춰 만족도가 높다"며 "가성비뿐 아니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까지 갖췄기 때문에 SPA를 찾는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