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는 오리온이 신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오리온은 세 가지 신사업 분야(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승준 대표이사는 이 중 음료와 간편대용식 부문을 맡았다. 다만 전체 사업 중 신사업 부문 영향력이 아직 작고 투자를 늘리는 음료 사업 경우 누적 적자가 쌓여 가는 상황이다.
이승준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인사에서 오리온 사령탑에 올랐다. 이 대표는 오리온 제품 연구자 출신으로 '꼬북칩', '닥터유 단백질바',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등 오리온 상품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글로벌 연구개발(R&D) 분야에 근무하면서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시장 공략도 담당했다.
오리온은 이승준 대표가 방향타를 잡은 첫 해 영업이익 4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조9123억원, 영업이익 492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리온이 올해 연간 매출액 3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리온 실적 상승의 주된 배경은 해외 사업 호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오리온 매출액의 6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 법인의 매출액 상승률은 국내 오리온 법인을 뛰어넘었다. 오리온은 올해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증설하고 호찌민과 하노이에 각각 추가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중국에서 감자 스낵 수요가 크게 늘자 타 식품업체 생산라인을 200억원을 들여 준공하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차별화된 제품력과 가격경쟁력, 현지에 특화된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해외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탄탄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식품사업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자 부문 외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신사업 중 이승준 대표가 맡고 있는 부문은 음료와 간편대용식이다. 다만 주력사업에 비해 성장세가 더뎌 이 대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 음료 사업의 핵심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설립된 오리온제주용암수는 지난 5년간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누적된 적자 규모는 약 17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은 생수 사업을 위해 토지 매입, 공장 건설 등 약 1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초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에 5년간 3000억원 규모 설비투자를 예고한 만큼 투자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국내 생수 시장에서 오리온 점유율은 1% 수준으로 미미하다.
오리온의 또 다른 신사업 간편대용식은 농협과 합작한 법인 '오리온농협'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농협이 공급한 국산 농산물로 오리온농협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오리온이 판매하는 구조다. 오리온은 국산쌀을 주로 사용하는 가루쌀 과자, 오!그래놀라등 제품을 비롯해 부침·튀김가루 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리온 음료와 간편대용식 부문 매출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 중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다. 신사업보다 기존 제과 등 사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매출액 중 기타 상품(간편대용식, 음료 포함) 비중은 지난 2022년에는 6.1%였지만, 2023년 5.7%, 올해 상반기 5.4%로 점차 줄었다. 이승준 대표가 오리온의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비중을 임기 중 키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음료 사업과 관련, 오리온 관계자는 "제과를 포함한 한국 법인 전체 매출이 크게 성장하면서 비중이 일시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실제 신사업 매출액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력을 갖춘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 신사업에서는 올해 초 지분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약 9조원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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