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글로벌 완성차와 잇단 계약…비전기차도 집중 공략


1주일 사이 벤츠, 포드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ESS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경쟁력 강화

LG에너지솔루션이 15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포드와 상용차용 배터리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더팩트|오승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차 시장을 대표하는 3대 완성차 업체 포드와 상용차용 배터리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15일 공시에 따르면 해당 계약을 통해 포드에 총 109GWh의 배터리 셀·모듈을 공급한다.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지 1주일 만에 대형 계약 체결에 연이어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도 완성차 제조사와 협업을 늘리는 한편 비전기차(EV) 영역의 투자도 이어가 배터리 시장 경쟁력을 키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체결한 계약의 규모는 109억달러(약 14조8829억원)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체결한 계약은 총 2건이다. 각각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계약에 따라 정확한 매출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은 전자 약 34억달러, 후자 약 75억달러로 합산 규모를 109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 분석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발표한 배터리 셀 가격인 kWh당 89달러를 적용해 13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공급하는 109GWh는 일반 전기차 130만~140만대 또는 전기 상용차 100만대 가량에 쓰일 수 있는 양이다. 이번 계약이 포드의 상용차를 대상으로 셀과 모듈을 모두 공급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계산한 13조원 보다 더 큰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대형 트럭, 버스 등의 상용차는 통상적으로 일반 차량에 비해 주행 거리가 훨씬 더 길고 험지를 지나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극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성능과 수명 등이 검증된 프리미엄 배터리가 탑재되는 경우가 많고, 납품단가도 높고 계약 기간도 길어 일반 배터리에 비해 큰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럽이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전기 상용차 시장의 성장세가 빠른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상용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할 완성차 브랜드가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LMC 오토모티브는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연평균 성장률을 약 36%로 추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포드 상용차용 배터리를 전량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포드는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트랜짓(Transit)의 전기차 모델 '이-트랜짓(E-Transit)'으로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글로벌 전기 경상용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제품 대부분도 이-트랜짓에 탑재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와 10년간 50.5GWh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8년부터 2038년까지 10년간 북미 및 기타 지역에서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유럽 완성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맺은 원통형 배터리 첫 계약이다.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배터리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이상 높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 완성차 제조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제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 3사 중 최초로 지난달부터 충북 오창 공장에서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당초 해당 제품이 테슬라에 공급될 것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메르세데스-벤츠가 첫 고객사로 밝혀졌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이 지난 7일 열린 임직원 대상 비전 공유회에서 미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임직원 대상으로 첫 비전 공유회를 열고 에너지 시장에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비EV 사업을 키워 오는 2028년까지 지난해에 기록한 33조7455억원의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실현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형식 사업부장 상무는 최근 영국 에너지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생산 역량을 최적화해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용 ESS 제품으로 리튬·인산·철(LFP) 셀을 적용해 간편한 설치와 용량 확대를 가능하게 한 '엔블록 E(enblock E)'를 선보였다. 또한 데이터센터와 통신 시설 등을 위한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배터리를 출시하는 등 ESS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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