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올해 8월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 수주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에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공사비 급등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건설사들의 국내 주거용 건축(주택) 수주액은 3조334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1% 감소했다. 주거용 건축 수주는 신규 주택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의 수주를 의미한다.
2년 전인 2022년 8월(7조7709억원)과 비교하면 57.1%나 감소했다. 8월 기준으로 2019년 8월(3조3227억원) 이후 5년 만에 최저치이자 월별 기준으로도 가장 낮은 실적이다.
민간부문 주택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10.8% 줄어든 3조116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공공부문 주택 수주는 2174억원으로 68% 줄었다. 재개발 수주가 전무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세부 공종별로 보면 신규주택 수주는 2조27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6% 줄은 반면 재건축 수주는 3376억원으로 37.1% 늘었고 재개발 수주 역시 32.8% 증가한 9686억원을 기록했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 속에서 시공사들은 보수적으로 수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비사업의 자금줄이라 할 수 있는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구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 최대 입지로 꼽히는 신반포2차마저 유찰되는 등 최근 건설업계엔 재개발·재건축 수주 경쟁이 실종됐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으로 경쟁 입찰에 따른 출혈 경쟁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수주 가능성이 높거나 사업성이 확실한 사업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를 선별적으로 검토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주택 수주가 저조해 주택공급 감소 우려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8월 민간부문 신규주택 수주가 1조810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8.8% 감소했다. 업계에선 건설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신규주택 개발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전통 먹거리'인 주택사업 수주를 줄이는 대신 해외수주·신사업·비주택에서 활로 찾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대형 원자력발전소, 소형원전모듈(SMR) 등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견 건설사들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비주택 부문 수주에 적극적이다.
다만 올해 해외수주의 경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11억1000만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35억달러)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정부가 올해 수주액 달성 목표로 제시한 400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비사업 수주를 하지 않기로 한 건설사가 있을 정도로 건설 경기는 대내외 경기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비주택 부문의 수주 확대와 해외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침체된 주택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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