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확보하면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MBK·영풍에 대응한 고려아연 경영진보다 의결권 기준 반수 이상의 지분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MBK·영풍은 애초 세웠던 계획대로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열어 표 대결을 통 이사회 장악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양측의 장내매수나 소송전, 우군 참전 행보 등 변수는 남아 있다. MBK가 고려아연의 맞불 공개매수 마감일이 일주일가량 남은 시점에서 승기를 굳힐지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달 13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간 진행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공개매수 이후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은 기존 33.13%에서 38.47%로 늘어나 의결권 기준 반수 이상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MBK와 영풍도 이번 공개매수를 통한 고려아연 지분 확보가 성공적이라는 자평이다. MBK 관계자는 공개매수 총평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MBK는 맞불 공개매수로 대응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제시한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89만원)보다 6만원 낮은 83만원으로 공개매수에 성공했다는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며, 주주와 약속한 대로 매입 후 남은 유통 주식 15%가량을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MBK가 승기를 잡았다는 견해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경영진은 지난 12일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가격을 MBK와 같은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하는 강수를 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3조2000억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대한 현실 가능성은 물론 주총 동의 없는 임의적립금 사용 여부를 두고 논란을 사기도 했으나, 고려아연 측은 원론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이 상대보다 높으므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쳐 왔다. 시장에서도 MBK보다 값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줄 고려아연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예상과 달리 MBK가 공개매수를 통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성공적일수록 상대방의 의결권 가치를 높여주는 꼴이 된 까닭이다. 여기에 MBK가 지속적으로 최 회장과 고려아연 이사회의 투자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한 소송으로 압박하고 있어 부담감은 가중될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양측의 유불리를 따졌을 때 현시점에서 최 회장의 고려아연이 다소 불리해진 것은 맞지만 승기가 MBK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은 주총 표 대결에서 승기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MBK가 의결권 기준 반수 이상을 확보했더라도 고려아연 측과 예상 격차가 3%가량밖에 되지 않아 향후 소송과 전개 양상에 따라 오히려 고려아연이 주총 표 대결에서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역시 맞불 공개매수가 열리고 있는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결과나 국민연금,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고려아연 주요 주주들의 행보도 지켜봐야 한다. 본 게임인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마감일인 23일 이후 열릴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 마감일(23일)이 일주일 넘게 남았기 때문에 한쪽의 승리를 예단하긴 어려운 시점이나, 현재로썬 MBK·영풍 측이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분 싸움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수단이며 최종 목표는 모두 양측의 핵심 인물을 완전히 끌어 내리는 경영권 확보에 있다. 지분 격차가 확연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장내 매수 다툼이 격해질 가능성도 있다.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소송이나 우군 참전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