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 종료된다.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 결과를 17일 공시할 예정인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분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 주식 공개매수는 이날 장 마감과 함께 종료됐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주당 66만원 공개매수를 시작해 75만원으로 올렸다가 지난 4일 83만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당초 속전속결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했던 MBK 계획은 틀어졌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추석 연휴 직전 경영협력계약 체결 소식과 공개매수 진행을 알리며,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줄이고자 했다.
실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회장과 저희들은 자본과 시간에 한 방 맞은 것"이라며 "지금 차분히 진행이 잘되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최 회장 측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최 회장 측이 지난 2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고 상황은 반전됐다.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도 영풍·MBK 연합보다 높은 매수가로 진행하고 있다.
우선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불확실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다.
영풍·MBK 연합은 법무법인 세종과 케이엘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배임 소지와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미 법원 판단이 나왔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법원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영풍·MBK 연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만큼,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을 기각할 것이라고 본다. 당시 법원은 배임 소지나 시세조종 논란이 있다는 영풍·MBK 연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MBK 연합보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 종료된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9만원으로 인상하면서 개인과 기관투자자 가격 측면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이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는 오는 23일 이후에 드러날 전망이다. 공개매수 최대 물량 17.5%를 확보하더라도 의결권이 없는 점은 맹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최 회장 측이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확보해 2.5%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자사주는 우호 세력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 교체를 추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362만3075주를 확보해 모두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고려아연 상장 주식 수는 2070만3283주에서 1708만208주로 감소한다. 이에 전체 상장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보유 주식 대비 지분율이 높아져 영풍·MBK 연합 지분율은 40%대로 늘어난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베인캐피탈 최대 목표 수량(51만7582주)을 성공한다면 23%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분율 변동이 점쳐지는 현대자동차와 한화, LG 측이 최 회장을 지지하면 영풍·MBK 연합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비철금속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으로 내상을 입으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승자의 저주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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