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알짜 자회사 등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급등한 공사비와 더불어 수주 감소 등 실적 둔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환금성 높은 자산을 팔아 현금 확보 및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5일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GS엘리베이터는 GS건설이 2020년 세운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충남 아산과 베트남에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341억원을 기록했으며 아직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2012년 인수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GS이니마의 매출은 2430억원이다. GS이니마는 GS건설 신사업부문에 포함되는데 GS이니마가 신사업부문 매출의 38%를 차지했을 정도로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GS이니마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조원이 넘는 현금이 GS건설에게 돌아간다.
GS건설 측은 "투자자로부터 구매의향 접수 중이나 지분 매각 여부 및 그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전량을 9823만달러(약 1300억원)에 매각했다. SK그룹의 구조조정에 발맞춰야 하는 데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서 약속한 상장 기한(2026년) 내에 재무건전성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
워크아웃을 통해 재상장을 노리는 태영건설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리하는 등 자본금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알짜계열사인 에코비트를 매각하고 태영건설은 여의도 사옥을 처분했다. 앞으로 루나엑스 골프장과 광명 테이크호텔도 매각할 계획이다. 태영건설은 핵심 계열사인 SBS를 제외하고 팔만한 물건들을 대거 정리하며 1조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속속 이행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재감사를 통해 자본잠식이 해소됐기 때문에 올해 안에 주식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경영정상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건설사들이 자회사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두고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자산을 팔아서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수주는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고금리에 하반기 부동산 PF 구조조정 진행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공사비 상승으로 선별적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수주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설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2024년 2분기 건설업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건설업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올해 1분기(3.97%)보다 3.11%포인트(p) 하락한 0.86%에 그쳤다.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영업이익률과 세전 순이익률도 각각 2.97%와 3.24%로 하락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경색과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PF 부실 여파로 건설사 부도가 잇따르는 만큼 한동안 자산을 처분하거나 계열사 자금 차입 등 실탄 확보에 집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