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위기' 모나미…뷰티 눈 돌렸지만 쉽지 않은 까닭


학령인구 감소, 필기구 대체제 확산에 본업 위기
새 먹거리로 '화장품' 낙점했지만 초기 성과 미미

서울 성수동 모나미 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모나미 볼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153 볼펜’으로 유명한 토종 문구 기업 모나미가 위기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가 태블릿PC가 보편화되면서 필기구를 사용하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돌파구가 절실해진 모나미는 새 먹거리로 '화장품'을 낙점하고 시설·인력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추가 투자가 절실하지만 문구 산업 침체 여파로 본업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이라 신사업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나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666억원의 매출액과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 감소했고 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모나미는 매출의 약 70%를 문구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주 소비층인 학령 인구 감소로 산업이 위축되면서 실적이 하락세를 그리는 중이다. 모나미 매출은 지난 2011년 연간 최고점인 2819억에서 2013년 1676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는 14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학령 인구 감소와 태블릿PC와 같은 필기구 대체재 증가가 모나미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령 인구는 627만7000여 명으로 5년 전인 2018년(700만6000여 명) 대비 10.4% 감소했다. 학령 인구는 오는 2028년에는 524만3000여 명, 2033년에는 432만5000여 명으로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블릿PC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사무 작업도 디자털화 되면서 문구, 사무용품 산업은 더 얼어붙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조사한 '정보가전 보유율'을 살펴보면 태블릿PC 보유율은 지난 2020년 19%에서 2023년 40%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존도가 큰 문구 산업 침체로 모나미가 지난해 연간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모나미 위기설'은 더 가중되는 상황이다.

문구 사업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모나미가 화장품을 신사업으로 정한 뒤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진은 모나미 본사 전경. /더팩트 DB

이런 가운데 모나미는 지난 2021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60년 넘게 필기구를 만든 노하우로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등 펜슬 타입 색조 제품을 만들어 새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모나미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경기도 용인에 222억원을 투자해 다음 해인 2022년 11월 색조화장품 생산공장과 물류창고를 완공했다. 이후 지난해 1월 화장품 제조기업 '모나미코스메틱'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신사업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공장이 완공된 뒤 본격 사업에 나선 지난해 모나미코스메틱의 연간 매출은 3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모나미 실적에 화장품 손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7억원과 당기순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K-뷰티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임에도 신사업 성과가 초반부터 부진해지자 모나미는 화장품 법인의 수장을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그동안 그룹 오너인 송하경 회장의 동생 송하윤 모나미 사장이 모나미코스메틱 대표를 겸직해왔으나 지난 1월부터 모나미 연구소를 총괄해 온 김경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로 선임돼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장품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규모의 시설 투자와 연구 개발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모나미의 투자 여력이 신사업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계 관계자는 "K-뷰티 위상이 올라가면서 제품을 보는 브랜드 고객사들과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졌다"며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나미 화장품 사업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계는 이미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점유율이 공고한데다 마케팅이나 유통 방식이 기존 문구 사업과는 다른 탓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본업 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은 모나미가 앞으로 화장품 사업에 얼마나 더 투자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과 관련해 모나미 관계자는 "문구 산업 전반에 걸친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적자 영업 채널을 축소하면서 매출 규모가 감소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화장품 사업 관련해서는 "모나미코스메틱은 화장품 제형 연구 개발과 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외 화장품 ODM과 OEM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국내외 고객사를 통한 수주를 받고 있으며 미국, 호주, 동남 아시아에 바이어 발굴과 시장 개척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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