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자동차 제작사가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을 알았을 때 지체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소가 최근 리콜 현황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받았다. 3년 넘게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재가 조만간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헌재는 구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78조 1호 위헌심판제청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 14일 국토부에 '리콜 현황'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헌재에 회신했다.
구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은 자동차 제작사 등이 제작 등을 한 자동차에 결함이 있는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자동차 소유자가 명확히 알도록 지체없이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78조 1호는 이를 은폐·축소 또는 거짓 공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헌재는 2021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신청에 서울중앙지법 청구로 구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78조 1호 위헌 여부를 따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결함 사실을 인지한 날'이나 '지체없이' 등 표현이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결함 은폐 관련 법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요청한 배경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김광호 전 현대차 협력업체품질강화팀 부장은 회사가 자동차 제작 결함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은 위법을 저질렀다고 국토부 등에 제보했다.
국토부는 김 전 부장 제보로 32건 결함 의심 사례를 조사했고, 2017년 3월과 4월 각각 리콜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리콜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강제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국토부 수사의뢰 등으로 검찰 수사 끝에 현대차·기아는 재판에 넘겨졌다.
헌재는 △최근 10년 동안 연도별 자동차 리콜 현황과 리콜 구분별 세부 현황 △자동차 제작 결함 시정명령 건수 △시정명령 불응 사례 △제작 결함 공개(또는 시정조치 불이행) 관련 고발 또는 수사 의뢰 건수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신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리콜건수는 2718건이다. 리콜대수는 2045만9872대, 시정대수는 1777만9246대로 시정률은 86.9%다. 시정률은 감소 추세다. 2014년 96.7%를 기록했으나 2019년 88.2%로 떨어졌다. 이듬해 반등했으나 지난해 최저인 81.1%를 기록했다.
'자발적 리콜'과 '조사에 의한 리콜(자기인증적합조사, 제작 결함 조사 결과 안전기준부적합 또는 리콜에 해당하는 결함)' 건수를 보면 자발적 리콜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10년 동안 조사에 의한 리콜은 185건(506만697대)이나, 자발적 리콜은 2553건(1539만9175대)이다.
국토부가 제작 결함 관련 시정명령을 한 건수는 1건으로 확인됐다. 2017년 5월 현대차·기아가 제작 결함 5건에 대한 강제 리콜 명령을 받았다.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제작 결함 은폐 등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건수는 3건으로, 현대차와 기아, BMW 등이다.
국토부는 2016년 현대차 싼타페 조수석 승객 미감지 제작 결함 관련 결함 은폐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7년에는 현대차 아반떼 진공파이프 손상과 기아 모바히 허브너트 관련 제작 결함에 대한 강제 리콜 명령을 하고, 결함 은폐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BMW에 대해서는 2018년 EGR 쿨러 결함에 의한 차량 화재 관련 제작 결함 시정조치 관련 결함 은폐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차·기아 고발 및 수사의뢰 사건은 지난 2019년 기소 처분됐다. 2018년 BMW 사건도 재판에 넘겨졌다.
헌재가 3년 6개월 넘게 위헌 여부를 따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 사실조회 회신 자료를 검토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위헌 여부가 판단돼야 멈춰버린 재판 시계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은 현대차, 기아 법인과 신종운 전 품질담당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임원 4명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2019년 첫 재판이 열렸지만,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절차가 정지되면서 현재까지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