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분쟁 개입 의사를 드러내면서 수싸움이 치열해진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9일 "제시한 고려아연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가격경쟁은 기업·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이 지난 4일 매수가를 83만원으로 추가 상향 조정한 이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으로는 금융당국 움직임이 꼽힌다. 금감원은 지난 8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공개매수에 대한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앞서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은 금융당국에 진정을 넣은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 임원회의에서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MBK 연합이 '승자의 저주' 명분을 선제적으로 꺼낸 것은 최 회장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 발표 자체가 또 다른 시세조종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진정으로 기업·주주 가치를 생각하고 시장 혼란을 바로잡으며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공개매수를 철회하고 2차 가처분을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기주식 공개매수 및 소각을 반드시 완료하겠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이르면 오는 11일, 늦어도 14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개매수 위법성 유무는 추가 가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앞서 최 회장 측이 지난 2일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나서며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명분은 법원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2일 영풍이 신청한 최 회장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양측이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라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특별관계자 지위에 있지 않은데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고려아연 적정 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산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이사 충실의무·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최 회장 측이 진행 중인 공개매수에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 주요 논리다. 해당 사건도 오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심리로 진행된다.
최 회장 측인 영풍정밀은 이보다 빠른 지난달 26일 영풍·MBK 연합의 경영협력계약과 금전 소비대차 계약 이행을 금지하고 공개매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첫 심문은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이후인 오는 25일 오전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이 지난달 신청한 전구체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기업과 협의해 국가핵심기술과 관련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기업이 먼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는 사례가 드물다고 본다. 정부 규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인수·합병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 산업부 장관 승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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