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장 지으면서 탄소중립 대책은? 국감도 피한 에쓰오일 대표


탄소중립 강조 뒤 대규모 생산기지 건설 모순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 채택 후 취소

에쓰오일 안와르 알 히즈아지 CEO가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에쓰오일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국정감사에서 에쓰오일의 '탄소중립', '노동자 안전', '공장 악취' 등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안와르 알히즈아지(Anwar Al-Hejazi)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무산됐다. 앞서 에쓰오일은 탄소 저감을 약속했지만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 완공을 앞두면서 탄소배출량이 껑충 뛸 전망이다. 말로만 탄소중립을 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2026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오는 2026년 샤힌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에쓰오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2000만톤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971만톤으로 전년 대비 32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성공한 에쓰오일의 탄소배출량은 샤힌프로젝트와 함께 급증한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사우디 종합 에너지기업 아람코가 국내 석유화학 단일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로 울산 온산국가산단에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오는 2026년 완공이 목표다.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에쓰오일은 생산량 기준으로 전 사업에서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두 배가량 높이게 된다.

에쓰오일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전망치(BAU) 대비 탄소배출량을 35% 저감한 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과 모순되는 행보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날 진행된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에쓰오일 알히즈아지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면 해당 내용을 근거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미래 전략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질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등과 시삽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측이 환노위가 국감에서 다루고자 했던 '탄소중립' '노동자 안전' '공장 악취' 등의 사안에 대해 의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서 출석이 취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에쓰오일이 샤힌프로젝트로 구축한 생산시설의 가동이 시작되면 기존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 방식에 비해 제품을 만들 때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완공 후 검증 기관의 실증이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을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연이어 폭발 및 화재 사건이 발생한 울산공장 현장 노동자의 안전 문제와 사고 예방 등을 질의하고, 김태선 의원은 울산공장 악취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었다.

지난 2022년 에쓰오일 울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진행한 뒤 4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관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쓰오일 공장에서는 지난 7월 또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이 5시간 동안 잡히지 않았다.

또한 에쓰오일 울산 공장이 위치한 석유화학산단은 매년 봄마다 해당 지역의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신체적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에쓰오일이 유해화학물질을 불법 유출해 악취가 발생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에쓰오일은 현장 불시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지만 현장의 악취 민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환노위 의원실 관계자는 안와르 알히즈아지 대표가 증인 채택이 취소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감 전에 에쓰오일 측이 각 쟁점의 해결 방안 및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해 출석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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