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제시한 모친의 메모가 '노태우 비자금'을 푸는 신호탄이 됐다. 노태우 일가의 수백억원대 차명보험과 장외주식 거래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8년 검찰과 국세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차명으로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 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2000~2001년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노태우 일가가 추징금 884억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하던 시기다.

김 여사는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210억원 차명 보험이 적발되자 기업들이 보관하던 자금을 차명통장으로 만들어 자신에게 준 122억원, 보좌진과 친인척들 명의의 43억원, 본인 계좌 33억원, 현금 보유액 11억원 등을 합한 돈이라고 소명했다.

차명계좌에 보관되던 은닉자금을 모아 다시 차명으로 숨긴 것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당시 국세청은 확인서만 받고 조치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장외주식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그는 검찰 진술서에서 비서관을 통해 장외주식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정기예금으로 가지고 있던 4억의 자금으로 시작한 것으로 얼마 동안 어떻게 증식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다.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노소영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904억원 비자금 메모,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과 돈 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생활고에 시달린 보통사람 흉내를 내며 추징금 납부는 외면한 채 뒤로는 탐욕적으로 은닉자금을 세탁 및 은닉하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비자금 증식에만 몰두해온 증거가 드러났다"며 "김옥숙 씨의 메모 904억원, 기부금 형태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된 152억원, 차명 보험 등 214억원 등 노태우 일가가 은닉하고 있는 불법 비자금의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눈 감은 검찰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사위는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소영 관장과 김 여사,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노소영 관장과 노재헌 원장은 불출석했다. 김 여사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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