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중국발 철강재 공급과잉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본격화되면서 나타나는 철강재 수요 증가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철강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7일 하나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중국 철강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전월 대비 8.6포인트 상승했으며, 생산지수도 19.9%포인트 상승한 54.8을 기록했다. PMI는 기업의 신규 주문·생산·출하 정도·재고·고용 상태 등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50 이상이면 제조업 확장을, 50 이하는 수축을 의미한다. 생산지수는 일정기간에 있어서의 생산수량 변화를 나타내는 지수로, 확대될 경우 경기 개선을 뜻한다.
중국 철강사들의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일일 조강생산은 188만5000톤을 기록했지만, 9월 중순 기준으로는 199만톤으로 5.5% 가까이 늘었다.
중국 철강업계의 생산 확대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내수 경기 부양책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p)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금융 시장에 1조위안(약 188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인민은행은 시중은행들에게 10월 31일 이전까지 모기지 금리를 낮추도록 지시했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들은 모기지 금리를 중앙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보다 0.30%포인트 이상 낮춰야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과 발맞춰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도 본격화되고 있다. 광저우시는 최근 주택 구입에 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으며, 상하이와 선전은 외국인 구매자의 주택 구입 제한을 완화하고 첫 주택 구입자의 최소 계약금 비율을 15% 이상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기 개선이 나타날 경우 중국 내 건설업과 산업에 활용되는 철강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 중국 내수 시장 철강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철광석값도 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북중국 철광석(Fe 62%) 현물 가격은 지난달 23일 89.35달러에서 10월 7일 기준 108달러로 20.8%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이는 7월 이후 최고치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히 중국 정부의 부양책 발표 이후 철광석을 포함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으로, 10월 원재료 구매가격 지수의 큰 폭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중국철강물류전문위원회(CSLPC)에 따르면 10월에도 건설용 강재 중심의 철강 수요 회복과 생산 증가 및 원재료와 제품 가격의 동반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기부양과 관련한 효과가 국내 시장까지 반영될때까지 시간차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쓰는 후판의 경우 반기(6개월) 단위로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당장 철광석 가격이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협상이 완료된 이후 내년에 인상된 가격이 반영된다"면서 "시간차가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를 넘겨야 중국 경기부양에 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나 건설사, 자동차 제조사 등 고객사들과의 협상에서 철강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저렴한 제품 구매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지만, 철강사들의 경우 주력 상품이 다르거나 중국 시장 진출로 인해 큰 목소리를 못내는 등 입장차가 커 확실한 연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기 부양으로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철광석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제품 가격 정상화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철강제품의 주요 고객사인 조선사나 자동차 제조사, 건설사 등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싼 가격의 제품을 찾기에 중국산 제품을 빌미로 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가격 협상을 할 때 지속해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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