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상향하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도 매수가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간 경영권 분쟁 결말이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최창영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사회를 연다. 이사회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하자,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올렸다. 당초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다시 83만원으로 상향하면서 영풍·MBK연합이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트라는 평가를 받는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가를 올릴 전망이다. 영풍그룹에서 펌프와 밸브 등 제조 및 판매를 영위하는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핵심 승부처다.
영풍·MBK 연합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3일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가격을 2만원으로 설정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2만5000원으로 올렸다가 지난 4일 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일부터 최 회장 측이 3만원으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것에 대응이다.
영풍·MBK 연합은 유통주식 전체 최대 684만주(지분율 43.43%, 영풍 장씨 집안·고려아연 최씨 집안 지분 제외 나머지)를 매수한다. 이와 달리 최 회장 측은 최대 394만주(25%)를 매입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있다.
업계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가격을 올린 만큼 최 회장 측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는 오는 14일에 종료되지만,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21일, 고려아연 23일 끝난다. 기간상으로 영풍·MBK 연합이 유리한 상황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명분 싸움에서 쩐의 전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후에는 법원 판단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이 모두 상대방 공개매수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를 중지하거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배임 소지가 있고 주주총회 결의 사안인데도 이사회 의결만으로 단행한 절차적 위법성이 존재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당 사건 첫 심문은 오는 18일 열린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맺은 경영협력계약에 대해 영풍은 손해, MBK 파트너스는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에 배임 소지가 있다며 이에 따른 공개매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해당 사건 심문도 이달 중순 열린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 불확실성이 존재한 셈이다. 치킨게임 결말이 '법원 판단'에 달린 셈이기도 하다. 양측이 경매식으로 공개매수가를 올리는 등 한쪽이 포기해야 끝나는 경쟁 상황이 되자,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업계 우려가 팽배하다.
영풍의 경우 박영민·배상윤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비상 경영체제다. 이기든 지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수록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기간 역시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 역시 신사업 추진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위해 쓰일 돈이 현 경영진 경영권 방어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선전포고를 한 것은 영풍·MBK 연합이지만, 전장이 돼버린 고려아연도 전후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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