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R 돌입…키워드는 위법?


MBK·영풍 vs 고려아연, 휴일 없는 '명분 싸움' 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MBK)·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맞불 공개매수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엔 양측이 서로를 겨냥한 위법을 강조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라운드 화두가 공개매수 가격 경쟁이 붙은 '머니 게임' 양상이었다면, 2라운드는 사법적 판단을 빌려 각자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할 명분을 쫓는 싸움이 될 전망이다.

먼저 '사법 리스크'를 꺼내든 쪽은 MBK·영풍이다. MBK·영풍 측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카드를 맨 처음 꺼내든 순간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과거 투자 사례에서 위법 색깔이 짙은 의혹들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MBK의 공세가 거셌다. MBK는 최 회장이 회계 감사 후 매출 29억원에 불과한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 이그니스홀딩스를 5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의혹,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대표가 설립한 투자회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이사회 동의 없이 5600억원 투입한 의혹, 관련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등을 '최윤범의 3대 의혹'이라고 언급하면서 고려아연 지배구조개선을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4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면서 "위법성이 다분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영풍 연합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많고, 회사와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영풍도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같은 날 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최 회장의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가 주주총회(주총) 결의 없이 진행된 사안이기 때문에 위법으로 판단된다며 '신청취지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승인된 재무제표상 이월 이익잉여금이 이미 소진된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투자 목적 적립금을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총을 열어 배당가능이익 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MBK·영풍 측은 법정 싸움에서 이미 1패를 떠안고 있어 향후 소송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 영풍은 앞서 고려아연이 영풍의 계열사로 자본시장법상 별도 매수 금지 대상인 특별관계자에 해당하고, 최 회장과 이사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 행위는 배임이라는 논리를 펼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행위 자체는 허용된 모양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법정 따라간 고려아연, 추가 재원 마련 가능 여부도 관심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측의 반격도 휴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최 회장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와 동일한 83만원으로 상향하고 최소 응모 수량 제한선을 삭제하는 등 강수를 두자, 영풍과 MBK가 손을 잡은 것부터 위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6일 입장문을 통해 "대표이사 2인이 모두 구속된 영풍이 사외이사 3인만으로 체결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한 주주 간 계약은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어 원천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영풍정밀이 지난달 20일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주도하고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사외이사 3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풍정밀은 양측이 역시 맞불 공개매수로 다투고 있는 곳으로 고려아연 지분 구조상 일종의 캐스팅보트를 쥔 곳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 측은 "(MBK·영풍에 대해) 각종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고소 등 법적 절차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새롭게 진행한 법적 절차를 곧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지분 경쟁을 넘어 법정 싸움까지 번진 양 측의 첨예한 대립을 연일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하는 공개매수가 허용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상향 등에 대비해 추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도 관심을 보낸다.

고려아연은 사모사채와 은행권 등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면서 어떻게든 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전액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추가로 금액을 올릴 경우 재무구조에 심각한 위험성을 초래해 회사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이 같아졌기 때문에 유통주식 물량이 더 많은 MBK·영풍이 유리해졌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를 더 상향하지 않으면 지분 다툼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워진 것"이라면서도 "고려아연이 베팅을 더 이어갈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사회도 부담이 가중된 건 마찬가지다. 각자가 법원에 제출한 소송 건들이 결과에 따라 향후 분쟁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주가는 7일 오전 9시 45분 기준 전날보다 0.90% 오른 78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틀간 주말 휴장을 보낸 후 첫 장에서 장 초반만 놓고 보면 MBK·영풍이 공개매수가를 상향한 4일 하루 만에 8.84% 오른 기세와는 달리 강보합에 그치고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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