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은 대응 격으로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영풍·MBK 연합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근 법원 가처분 결과가 존재하는데도 영풍·MBK 측은 허위사실과 거짓 왜곡으로 마치 법적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처럼 만들고자 가처분 신청을 재탕했다. 자본시장 교란행위와 시세조정성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풍 측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영풍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영풍과 최 회장 측이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이기에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다는 영풍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행령은 의결권 공동 행사 행위 등을 특별관계자 기준으로 규정한다. 법원은 이같은 기준에 충족하지 않다고 봤다.
법원은 또한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고려아연 적정주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영풍 측은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자기주식 취득을 위한 고려아연 이사들의 행위가 특정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지분율 18.0%를 확보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가는 영풍·MBK 측의 주당 75만원보다 11% 높은 83만원이다.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손실위험을 질 필요 없이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풍은 지난 2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최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최 회장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에 직면했다"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금융당국에 제출된 고려아연 공개매수신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고려아연이 사내 보유 현금 등 자기자본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최대 4조2000억원까지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자기자금이라고 한 1조5000억원은 운전자금 명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4000억원과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한 고금리 단기사채 1조원이 현금화돼 회사로 입금된 것"이라며 "기존 보유 현금 중 1000억원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으로부터 차입하기로 한 1조5000억원은 아직 입금되지 않아 확약서(LOC) 형태로 제출됐다. 차입금인 줄 알면서도 '자기자본'이 아닌 '자기자금'이란 단어로 시장을 오도하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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