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MG손해보험 수의계약 입찰에 메리츠화재가 참여한 가운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엠지(MG)손해보험지부가 수의계약과 관련해 강력 반발에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4일 오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의계약으로 진행 중인 MG손보 인수 제안서 접수에 메리츠화재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소형 손보사 인수에 업계 1위를 다투는 초대형 원수자가 끼어든 이유는 600명이 넘는 노동자를 부실 계약과 묶어 털어 내고 좋은 계약, 우량자산만 선별해 가져가는 계약이전(P&A)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거쳐 인수자로 확정되면 MG손보 노동자들은 실직을 피할 수 없다"며 "판매수수료 지출 없이 보험계약과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재벌 보험사는 1조600억원이 넘는 기회이익을 차지한다. 백주대낮에 사회적 살인에 다름없는 대규모 실직사태와 잭팟이 함께 터지는 부실금융기관 정리절차가 진행 중인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수의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조는 "핵심의혹은 금융위원회 실세라는 권대영 사무처장을 둘러싼 인사개입 논란"이라며 "권대영 사무처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예보, 감독원 등 MG손보 매각업무 관련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2차까지 진행된 매각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 번도 인수 주체로 거론된 바 없는 메리츠화재가 난데없는 인수 주체로 등장한 시점 역시 권 사무처장 취임 이후"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노조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부실금융기관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정상화 절차를 거부하고 특혜논란의 불구덩이로 뛰어든 이유를 끝까지 규명할 것"이라며 "부실보험사 우량자산으로 재벌보험사 배를 불리려는 추잡한 밀실매각이 결코 성공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메리츠화재는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회사이고 매각에 참여하지 않았던 회사인데 막판에 갑자기 들어왔다"며 "기한을 연장해주고 M&A를 P&A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1조원이 넘는 기회 이익을 얻게 되고 부실채권은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정부의 공공재정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예보를 비롯한 국민 세금이 부실 채권을 감당하는 데 전부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도 "메리츠화재는 예보에 공적 자금 7500억원을 신청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신청자 중에 데일리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는 4900억원을 신청했다"며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신청한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계약 이행 능력이 우수하다, 자본조달 능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수의계약에서 우선순위를 주고 짝을 맞춰 협의해 나가겠다는 말이 아니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앞서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은 2024년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MG손해보험 매각 관련 질문에 "지난 1분기 IR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당 이익의 증가가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와 이에 도움 되는 성장에만 관심 있다"며 "단순 외형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M&A를 할 때 살펴보는 건 가격이 적절한지,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돼 있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이라며 "이번 MG손해보험 건은 이 기준에 맞는지 세밀히 살펴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경우 완주할 것이고 아닐 경우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MG손해보험의 수의계약 입찰에 메리츠화재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예보가 진행하는 MG손보 수의계약에 메리츠화재와 국내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예보는 금융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MG손보의 공개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예보는 수의계약에 차명한 두 곳의 자본조달 능력 등을 검토한 후 이달 중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