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 상용차 부문에서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 비즈니스 모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캐즘'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비즈니스 모델에 맞춤 설계가 가능한 PBV를 통해 기업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판로를 개척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ST1'의 섀시캡 모델과 특장 하이캡 모델을 출시하면서 PBV 라인업을 완성했다.
ST1은 현대차가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을 목표로 지난 4월 물류 특화 모델인 '카고'와 '카고 냉동'을 먼저 출시했다. 이번에 추가로 출시한 섀시캡 모델의 경우 차량의 뼈대인 섀시와 캡(승객실)만으로 구성됐다. 특히 캡 뒤쪽에 적재함이 없어 고객 비즈니스에 맞춰 다양한 특장 모델을 제작할 수 있다. ST1 특장 하이탑은 섀시캡에 적재함을 장착해 물류와 배송 사업에 특화시킨 모델로, ST1 카고 대비 가격을 낮추고 적재 용량을 늘려 경제성을 높였다.
현대차는 ST1 섀시캡과 특장 하이탑에 특화 사양으로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기술을 탑재했다. 플러그 앤 플레이는 ST1 내·외부에 별도 커넥터를 구성해 고객사가 특장 차량에서 차량 전원, 도어 제어 등을 비즈니스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기아는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와 현지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시장에 PBV 판매 추진한다. 소지츠는 일본의 주요 종합상사 중 하나로 자동차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지츠 네트워크를 통해 기아는 오는 2026년부터 PBV 모델 'PV5' 판매를 시작하며, 향후 일본 시장에 PV7 등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기아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 'CES 2024'에서 목적 기반 모빌리티라는 PBV의 정의를 '차량 그 이상의 가치(Platform Beyond Vehicle)로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단순한 '차량'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고 변화를 주도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기아의 PBV 전략은 △전통적인 자동차의 개념을 탈피한 혁신적인 PBV 라인업 출시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최첨단 기술 적용 △파트너십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이다.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의 PBV 부문의 확대는 PBV 시장을 선점함과 동시에 개인 판매가 부진한 전기차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전기차를 통해 법인이나 기업 판매를 늘려 캐즘 돌파구로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PBV의 경우 단순히 차만 판매하는 개념을 벗어나 비즈니스 모델에 맞춤형 이동수단을 제공하기에 대량 구매처를 확보하기 용이하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 차량의 전기차는 약 1600대(직영+개인사업자 소유 합산)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트럭 비중은 전체(약 2만4000대)의 약 6.7%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전체의 약 8%인 800대, 한진은 전체의 약 4%인 500대를 운용 중이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기아와 손잡고 오는 2025년까지 '맞춤형 PBV'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현대차 ST1의 개발 과정에서는 롯데그룹, 한진택배, 이케아, 컬리 등 국내의 주요 라스트마일(배송 마지막 단계) 제공 업체들과 개발 초기부터 긴밀히 협업하며 배송 차량에 대한 물류업체의 불편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차량을 구매하면 1~2대 단위지만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차량을 구매할 경우 수십~수백대 단위로 도입하게 된다"면서 "비즈니스 모델과 긴밀히 협업해 맞춤형 PBV를 제공하면 물류 회사는 차량의 추가 개조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제조사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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