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KG 모빌리티의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 EV'가 출시된 이후 3개월이 지났음에도 두 자릿수의 판매량을 기록하는데 그치면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다소 오래된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다소 낮은 성능, 경쟁사들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으로 출시한 신차로 대거 수요가 몰린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KGM의 코란도 EV는 출시 이후 세 달간 총 22대 판매됐다. 지난 6월 출시 후 첫 달 15대, 다음 달인 7월 6대, 지난달 1대 판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경쟁 차종 대비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은 1017대(6월 246대, 7월 508대, 8월 263대)를 판매했고, 니로 EV는 334대(6월 123대, 7월 150대, 8월 61대) 팔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코란도 EV의 가격은 4028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지역에 따라 2950만원까지도 가격이 떨어진다. 코나 일렉트릭은 4142만원, 니로 EV는 4855만원부터 가격이 시작된다.
이처럼 코란도 EV의 판매 부진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오래된 디자인과 더불어 다소 낮은 성능, 브랜드 이미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코란도 EV는 이전 모델인 코란도 e-모션에서 17인치 휠을 18인치 다이아몬드 컷팅휠로 변경한 것 외에 디자인 차이가 거의 없다.
코란도 EV의 전비와 주행가능거리는 4.8km/kWh, 401km로 코나 일렉트릭(6.0km/kWh, 417km)보다 조금씩 낮다. 배터리 역시 삼원계 배터리가 아닌 비야디(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과거 코란도 e-모션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셀을 탑재했으나, 배터리 수급 문제가 발생하며 BYD 배터리로 전환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보급형 전기차 강화 전략이 코란도 EV 판매에 치명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는 소형 전동화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기아는 준중형 전동화 SUV 'EV3'를 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성을 가진 신차로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입지가 낮고, '사골 모델'인 코란도 EV가 외면받았다는 설명이다.
KG 모빌리티가 코란도 EV를 저렴한 가격을 활용해 전기차 택시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틈새시장' 공략용으로 출시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코란도 EV의 경우 전기차 택시를 원하는 택시 운전사들이 저렴한 차량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토레스 EVX'보다도 저렴한 택시 버전의 전동화 SUV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 "택시 모델을 만드는 김에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판매를 하게 된 것인데, 일반적으로 택시는 편의사양 등을 좀 빼면서 단가를 낮추기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택시 시장이 법인택시 위주여서 '깡통'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전기 택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개인택시 비중이 높다"면서 "하루 종일 택시 안에 있는 직업 특성상 개인택시는 편의사양도 중요시하는 추세이기에 (코란도 EV처럼) 옵션이 적으면 선택지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KG 모빌리티는 자신들의 전기차에 대한 보증 기한을 대폭 늘리고 화재 예방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등 안전성 측면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판촉을 이어가고 있다.
KG 모빌리티는 '전기차 배터리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배터리 화재 보증기간 10년/100만km 이내에 화재 발생 시 최대 5억원의 보상금을 지원한다. 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예방 대응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인 스마트충전기(화재예방충전기)에 대응이 가능한 차량 소프트웨어를 개발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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