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어떻게 구하나" 대출 옥죄는 은행권에 실수요자들 울상


은행권, 대출모집인 억제·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속도조절

은행들이 9월 들어 재차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추가 조처를 내놓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 중단, 대출금리 재차 인상 등 추가 조치를 내놓으며 대출 옥죄기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이사를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의 대출모집인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앞서 10일부터 수도권에서 모집인 대출을 막은 데 이어 대출 제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대출모집인이란 대출 신청상담과 신청서 접수,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와 대출모집법인을 의미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안정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이행하는 조치"라면서 "영업점 신청건 중 실수요자로 판단되는 사항은 지속적으로 담당부서의 전담팀에서 심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대출모집법인 관리를 강화했다.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대출모집법인 3개사의 월별 대출 취급 한도를 부여해 관리 중이다. 아울러 다음 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전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입주자금대출 등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역시 거래 중인 대출모집법인의 이달과 다음 달 월별 대출 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다음 달 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IBK기업은행도 다음달 중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유치 등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유주택자의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는 조처도 함께 내놨다.

다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지 않았다.

고강도 대출 옥죄기가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DB

은행권은 금리 인상, 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도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을 신규 취급할 때 지점이 아닌 본부에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다음 달 4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신규구입자금 및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금리는 상품에 따라 0.1~0.2%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45%포인트 오른다.

우리은행도 내달 2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한다.

NH농협은행도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포인트 축소하면서 금리 인상 효과를 냈다.

이같은 은행들의 조치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잔액이 역대 최고치로 불어나면서 이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말과 비교해 약 3주(15영업일) 동안 2조7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은행이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잔액 증가액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은 9조6259억원 증가한 바 있다.

문제는 이사를 준비 중이거나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이다. 고강도 대출 옥죄기가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길음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집을 알아보러 오는 분들 중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임차인들이 굉장히 늘었다"며 "가을 이사철이 다가왔지만, 매매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된다. 매매는 없고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알아볼 때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매일 다른 소식이 들리니 집을 알아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대출심사 강화 등의 조치는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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