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는 독사과?'…카드업계, 하반기 확산 불투명한 이유


애플페이 도입 1년 반…현대카드 외 카드사 합류 못 해
업황 악화 속 높은 수수료가 걸림돌…연내 도입 불투명

현대카드와 애플이 협력해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으나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은 여전히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된 첫날인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건물에 애플페이 광고물이 붙어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현대카드와 애플이 협력해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가운데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은 여전히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황 악화 속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어 연내 도입 역시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지난해 3월 국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다. 다만, 타 카드사들은 아직 도입 의지를 명확히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달 KB국민카드는 한 개발자 구인 사이트에 'KB국민카드 애플페이 구축 - 탠덤 경력자'라는 제목의 구인 공고를 올렸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근무 시작일은 오는 9월 2일로 계약 기간은 7개월이었다. 이에 업계에선 KB국민카드가 내년 중 애플페이 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며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 사이에선 오랜 기간 발목을 잡고 있는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간 거래 조건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로 건당 0.15%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0.03%)이나 이스라엘(0.05%)과 비교하면 수수료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따른다.

특히 애플에 주는 수수료는 카드사 수익성 악화와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제휴사 지급수수료 비용은 5025억원으로 국내 카드사 중 가장 컸다. 이는 전년(2752억원) 대비 82.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비용이 컸던 삼성카드(2453억원)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현대카드의 실적 변화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현대카드의 실적 변화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지난해 3월 현대카드는 35만명에 달하는 신규 카드발급과 20만300여명의 회원 수 증가를 보였다. 다만, 이후 관심은 사그라든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전체 회원 수는 1173만4000명으로 신한카드(1429만6000명)와 삼성카드(1272만8000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주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1562억원의 별도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1570억 원) 대비 0.5% 감소한 수준이다. 반기 기준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8년 상반기 이후 6년 만이다.

같은 기간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4990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 4168억원) 대비 5.8%(822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올 하반기도 타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투자 비용 대비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업황 악화에 실적을 방어해야하는 점 등도 장애물로 꼽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0.15%라고 알려진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클 것 같다. (애플페이 도입을) 언젠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연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수수료 부담 이슈가 있고 가맹점 수수료 자체가 워낙 낮아졌다. 추가로 애플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있는 걸로 아는데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가져갈 이유가 있을까 싶다"며 "국내에서는 단말기 이슈도 있고 비용 문제가 걸림돌, 진입 장애물이다. 애플에서 수수료를 낮춰준다면 도입이 더 편해질 것 같은데 현대카드가 이미 계약을 한 상황에서 과연 낮춰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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