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외식 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장보다 배달애플리케이션(배달앱) 내 음식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매장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한다는 명목의 정책이지만 소비자 부담만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34개 음식점 중 20개(58.8%)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최근에는 햄버거와 커피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매장이 늘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 24일부터 매장과 배달앱 메뉴 가격을 이원화하기로 했다. 롯데리아 배달앱 메뉴 가격은 단품 메뉴 경우 매장보다 700~800원, 세트 메뉴는 1300원 비싸다. 다만 롯데리아 자사앱으로 1만4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달을 해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롯데GRS 측은 "가맹점주 수익을 위한 정책"이라며 "배달 플랫폼 주문 건당 배달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배달앱의) 무료 배달 정책이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을 더 키워 어쩔 수 없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중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곳은 롯데리아를 포함해 맥도날드·버거킹·KFC·파파이스 등 햄버거 업체와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가 대표적이다. KFC는 지난 3월, 파파이스는 지난 4월 배달앱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중가격제가 다른 외식 업태로도 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나 커피 매장은 보통 매장 매출액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치킨이나 피자처럼 배달 비중이 큰 업태보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기가 수월하다"면서도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업체가 많아진다면 외식 업계의 일반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교촌·bhc·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아직은 매장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중가격제를 적용한 외식 업체들은 배달 플랫폼이 부과하는 수수료, 배달비 부담 등으로 악화된 가맹점주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 관계자는 "배달앱 수수료, 배달비 부담을 덜어 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늘었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중개 수수료를 지난 7월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했다. 쿠팡이츠도 배달 건마다 매출액에서 중개수수료를 9.8%씩 제하며 요기요도 9.7%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9일 자사 홈페이지에 "배달비와 각종 결제수수료 및 부가세는 각각 대부분 라이더 인건비·결제 대행사·정부로 이전되는 비용이다. 배달앱을 통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입점 업체가 가격 정책을 조정하는 것은 자유로운 경영 영역이지 플랫폼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매장과 배달 가격이 같을 경우 소비자들이 더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을 설명해 드리는 정도로만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외식업 단체와 꾸준히 소통하고 상생 방안을 논의해 왔고, 정부 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 협의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중가격제가 더 확산될 경우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은 더 커진다. 일부 소비자들은 매장이 더 저렴하다면 배달앱 이용을 줄일 것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최 모 씨(31·남)는 "배달앱이 더 비싸면 배달비까지 부담하면서 굳이 시켜 먹지 않을 것 같다. 가까이 있는 식당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힘겨루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이 전가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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