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시대 열렸는데 생산시설 '미흡'…정유업계 "정부 지원 필요"


세액 공제 확대 요청

(왼쪽부터) 오종훈 SK에너지 사장, 안와르 에이 알-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우측 두번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SAF 상용 운항 취항 행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정부에 SAF(지속가능항공유)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등을 요청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유 수출 1위인 우리나라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SAF 경쟁력 강화가 필연적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결과 2022년 1080만3000톤(t)을 기록해 글로벌 항공유 수출 1위에 올랐지만, SAF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석탄회관에서 'SAF 혼합 의무제도 설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두 정부 부처가 협업해 발표한 'SAF 확산 전략'의 후속 조치다. 확산 전략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의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일의 구체적인 방안을 이어지는 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첫 TF 회의에 국내 정유·항공업계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교통안전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20여 개 산학연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SAF 혼합의무제도 사례를 분석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 설계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늘려야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SAF는 현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있어 3%의 시설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만약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되면 SAF 시설 투자에 1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4사는 오는 2030년까지 SAF 전용 생산 시설 건설에 6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 정유사들은 각각 '최초'라는 키워드를 앞세우며 SAF 관련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의 무역회사 마루베니와 계약을 체결해 일본 ANA항공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SAF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항공사와의 협업을 맺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9일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의 Neat SAF(100%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해 제조한 CORSIA SAF 약 5000㎘를 일본 메이저 상사 이토추를 통해 나리타 공항에 공급을 완료했다. 국내 정유사 중 SAF를 상업적 규모로 첫 판매한 사례라고 강조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같은 날 티웨이항공과 SAF 상용운항 공급 및 공동마케팅 업무협약(MOU)를 맺고 티웨이항공의 일본노선 상용 운항에 필요한 SAF와 향후 필요한 SAF 공급에도 협력한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각사가 SAF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국내 정유사들 모두 향후 SAF 시장 선점을 위해 생산 및 구매 비용 부담 완화와 설비투자 지원 등 수요·공급 차원의 혜택을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해 집계한 SAF의 평균 톤당 가격은 2600달러로, 기존 항공유 대비 약 3배 비싸다. 기존 항공유에 비해 생산 비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 정도가 들고, 50만톤의 원료 처리 설비 한 개의 건설에 1조원 정도가 든다. 확산 전략에 따라 오는 2027년에 SAF 1%를 혼합하려면 연간 7만톤의 SAF 생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국내 전용 생산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정유업계에게는 정부의 세액 공제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는 기존 정유 공정을 활용해 공동처리 방식으로 소량의 SAF만 생산 가능하고 국내 전용 생산 시설은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타국의 사례를 제시하며 항공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고 본다. EU는 전체 항공유 중 SAF 사용 비중을 2025년 2%에서 오는 2050년에 85%까지 점진적으로 높일 예정이며, EU혁신기금을 통해 SAF 생산시설 건설을 지원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생산한 SAF에 갤런 당 1.25~1.75달러의 세액을 공제한다. 내년부터는 3년간 갤런당 1.75달러의 세액을 공제해 지원을 확대한다. 일본은 오는 2026년 가동 예정인 연산 10만㎘ 규모의 SAF 제조 설비인 이데미츠코산 프로젝트 설비 투자에 전체 사업비의 64%에 해당하는 2570억원을 지원하며 SAF 확산에 나섰다.

sh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